[단독] 文정부, 北인권기록보존소서 검사 모두 뺐다…'북한 눈치 보기' 논란

입력 2019.08.08 16:41 | 수정 2019.08.08 19:58

'공안통' 검사가 하던 소장에 일반직 공무원 임명
최대 4명이던 파견 검사, 文 정부 출범 이후 2명→0명
"법무부 脫검찰화" 설명에…"北인권 외면" 지적
"대북 유화 정책 맞춰 北이 ‘불편한’ 기관 힘 빼기"

법무부는 2016년 산하 기관으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했다. 당시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증진을 위해 북한 인권 관련 자료의 보존·관리 등을 관장하기 위해 설치된 기관이다. 출범 이후 소장은 ‘공안통’이나 북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검사들이 맡았지만 최근 인사에선 검사가 아닌 일반직 공무원이 소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검사 2~4명이 파견됐지만 올해부터는 파견 검사가 없어졌다. 법무부는 "법무부의 탈검찰화"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북한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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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소장에 행시 출신 일반직 공무원 임명…北인권 업무 경험 거의 없어
8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5일 신임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에 김정열 법무연수원 교정훈련과장(4급)을 임명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설립 이후 줄곧 검사가 맡았던 소장 자리에 올해 처음으로 일반직 공무원을 앉힌 것이다. 행정고시 출신의 김 소장은 법무부 감사담당관실·운영지원과·창조행정담당관실과 교정훈련과장을 거친 행정 전문가다. 하지만 북한 인권과 관련한 업무 경험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초대 소장은 최태원 전 서울고검 송무부장이었다. 2013~2015년 수원지검 공안부장으로 있으며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기소를 맡았던 ‘공안통’이었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법무부 통일법무과장 경력이 있는 최기식 대구지검 1차장이, 지난해에는 정원혁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장이 소장을 맡았다. 당초 보존소의 검사 정원은 4명이었다. 파견 검사들은 북한 주민과 탈북자의 인권 실태나 국군 포로·이산가족과 관련된 사항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파견 검사가 소장을 포함해 2명으로 줄었다. 당시 정부과천청사에 있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으로 이전하며 인원을 더 감축할 것이라는 얘기가 법무부 내부에서 나왔다고 한다. 결국 올해 인사에선 파견 검사가 없어졌다. 통일 후 북한 인권을 침해한 피의자에 대한 형사 처벌을 염두에 두고 설립된 기구에서, 법률 전문가가 배제된 것이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은 4급 또는 검사를 보임한다고 돼 있다"며 "지난해까지는 검사를 소장으로 보임했으나, ‘법무부 탈검찰화’ 계획에 따라 이번에는 검사가 아닌 일반직 공무원을 소장으로 발령냈다. 현재 검사는 한 명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서 검사를 뺐다"는 얘기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 맞춰 법무부가 북한이 불편해할 수 있는 기관의 몸집을 줄였다는 것이다.

북한인권법이 사문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증거 수집과 공소 유지를 전제로 관련 기록을 수집·보존하는데, 검사의 지휘·참여 없이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가겠냐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4급 또는 검사로 보임하도록 한 규정에서 볼 수 있듯 법률 전문가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며 "변호사가 아닌 일반 행정직을 보임한 것은 조직의 힘을 빼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상임대표는 "이번 정권이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검사를 배제하고 ‘반쪽짜리 조직’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北인권법 근거로 설치…표결 당시 文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 참석 안 해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립 근거는 북한인권법이다. 이 법은 2005년 당시 김문수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의원이 처음 발의하며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17대 국회에서 3건, 18대 국회에서 5건이 제출됐지만 모두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자동 폐기됐다. 열린우리당과 민주통합당·새정치민주연합으로 이어진 현 여권은 줄곧 "북한인권법은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이자 외교 결례"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다 인권을 중시한다는 진보 진영이 북한 인권만 외면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2월 여야가 처음으로 각자의 안(案)을 국회에 상정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어디에 두는지를 놓고 의견이 대립했다. 당시 여당은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과 증거 확보를 염두에 두고 법무부 설치를, 당시 야당(현 여권)은 단순 조사와 연구에 초점을 맞춰 통일부 설치를 주장했다. 결국 여야는 통일부에 북한인권기록센터를 둔 뒤 관련 기록을 3개월 이내 법무부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이관한다는 식으로 절충했다.

이후 여야 합의로 2016년 3월 최종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의원 236명이 참석해 찬성 212명, 기권 24명으로 가결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은 기권했다. 이후 2016년 9월 4일 북한인권법이 시행되며 같은 해 10월 10일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문을 열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독일의 잘츠기터 중앙범죄기록소에서 착안한 것이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뒤 동독이 서독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을 살해하자, 서독 정부가 접경지인 잘츠기터에 인권 침해를 조사하기 위해 기록소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훈 한변 상임대표는 "독일도 중앙범죄기록소장이 검사였고, 담당자도 대부분 검사였다"면서 "기록 보존부터 수사와 공소 유지까지 맡아 통일 뒤 인권 침해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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