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 최대 재정 적자, '세금 주도 성장'으론 못 버틴다

조선일보
입력 2019.08.08 03:18

세금이 목표보다 덜 걷히면서 올 상반기 국세(國稅) 수입이 156조2000억원으로 작년보다 1조원 줄었다. 대기업 실적 호조 덕에 지난 3년간 누렸던 세수(稅收) 호황도 끝나가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올 상반기에 연간 재정 지출의 65.4%를 집행했는데 세금 수입은 작년보다 줄어들자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59조원을 훌쩍 넘어 통계 작성 후 최대를 기록했다. 온갖 곳에 세금 퍼부어 경제를 지탱하는 '세금 주도 성장'은 한계에 달했다는 뜻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정부는 세금을 동원해 일자리도 만들고, 성장률도 끌어올리는 재정 확대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실적은 참담하다. 경제성장률이 OECD 최저 수준으로 고꾸라지고 고용 실적은 외환 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경기는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자영업과 서민 경제는 붕괴 직전까지 갔다. 세금 주도 성장이 돈만 쓰고 별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정부가 그토록 요구했던 추경예산 6조원도 다 집행해보았자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리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다. 올해 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아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정책·제도 측면의 경제 활성화 조치가 수반되지 않은 채 세금만 일방적으로 뿌리는 반쪽 정책에 그쳤기 때문이다. 기업 친화 정책, 규제 개혁 같은 경제 정공법은 외면한 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으로 세금을 펑펑 써왔다. 가짜 일자리 만들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틀어막고, 갖가지 선심성 복지 지출을 마구잡이로 늘리는 데 수조원씩을 뿌렸다. 기업 활력과 시장의 역동성을 죽여놓고 세금만 푼다고 경제가 활성화될 수는 없다. 그 결과 돈은 돈대로 쓰면서도 경제 성과는 못 내는 '재정 악화·경기 부진'의 이중고를 자초한 것이다.

일본의 무역 보복, 미·중 간 무역·통화 전쟁 등 쓰나미급 대형 악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 대외 리스크가 본격화될 것에 대비해 방만한 씀씀이를 줄이고 재정 여력을 확보해놓아야 한다. 지금의 복합 위기는 정부가 세금 풀어 성장률 찔끔 올리는 것으로 막아질 것도 아니다. 헛돈 쓰는 세금 의존 정책은 대폭 줄이고, 대신 민간에서 경제 활력이 생겨나도록 경제정책을 전면 수정해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만 이 복합 위기를 뚫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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