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만 옳다는 독선에 빠지지 말라" 한용운 선생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입력 2019.08.05 04:16 | 수정 2019.08.05 04:16

만해문예대상 수상자 인터뷰

2019만해축전 로고 이미지

2019만해축전이 ‘자유·평화’를 주제로 오는 11~14일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과 동국대만해마을 등에서 펼쳐진다. 12일 오후 2시 인제읍 하늘내린센터에서는 만해대상 시상식이 열린다. 올해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평화대상),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실천대상),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원로 연출가 임영웅 극단 산울림 대표(문예대상 공동 수상)가 주인공이다. 평화·실천대상 수상자 인터뷰(본지 7월 16일자)에 이어 문예대상 수상자 인터뷰와 축전 기간 중 문화예술 행사를 소개한다.

["내 말만 옳다는 독선에 빠지지 말라" 한용운 선생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문학·철학·정치학 아우르는 巨木
"독단론 횡행하는 우리 사회… 소통 없이는 '님' 올 수 없어"

"만해의 시집 '님의 침묵'이란 제목 자체가 굉장히 특이한 말이다. '님'이 침묵하고 있어 우리가 그 말씀을 표현할 수 없지만, '님'이 표상하는 진리는 부재(不在)함으로써 세상에 임한다는 역설을 지닌다. 우리가 '님'을 늘 생각해야 하지만 내 생각이 '님의 말씀'이라고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뜻도 담고 있다. 사람이 살면서 일상보다 더 큰 이상(理想)을 생각하되 그것을 함부로 표현해서도 안 되고, 동시에 교조적(敎條的)인 것으로 고정해서도 안 된다는 깊은 뜻이 '님의 침묵'에 들어 있다."

2019년 만해문예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우창(82) 고려대 명예교수는 만해 한용운의 가르침 중 핵심은 "나의 주장만 옳다는 독선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1964년부터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문학과 철학, 정치학까지 아우르는 사유(思惟)를 펼쳤기에 한국 인문학의 거목(巨木)으로 꼽혀왔다. 지난 2015년 비평과 대담을 한자리에 모은 '김우창 전집'(전 19권)이 완간됐지만, 그는 이후에도 서정주 시인에 대해 200자 원고지 500장 넘게 쓴 비평을 발표한 데 이어 여전히 저술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사라진 진리를 느낄 수 있고, 최소한의 상징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시인”이라며 만해를 평가한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사라진 진리를 느낄 수 있고, 최소한의 상징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시인”이라며 만해를 평가한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이진한 기자

김 교수는 만해의 시 중 '잠 없는 꿈'을 유난히 주목해왔다. 시의 화자 '나'가 '님에게 가는 길을 가져다가 나에게 주셔요, 님이여'라고 하자 '님'의 대답은 이러했다. '너의 가려는 길은 너의 님이 오려는 길이다. 그 길을 가져다 너에게 주면 너의 님은 올 수가 없다'고 한 것. 김 교수는 독일 철학자 야스퍼스를 언급해 풀이했다. "야스퍼스는 궁극적으로 진리의 바탕은 초월적인 것이므로 우리가 언어로 완전히 표현할 수도 없고 포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만해가 말한 '님의 침묵'과 서로 통하는 진리관이다. 저마다 내 말이 '님의 말씀'이라고 하면 '님'은 올 수 없다. 자기의 말이 '님의 말씀'이 아니고 '님의 말씀'에 가까이 가려는 노력에 그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 교수가 1977년에 낸 첫 평론집 '궁핍한 시대의 시인'은 한국 사회와 문학을 다룬 비평 모음집이지만, 책 제목은 만해를 다룬 글에서 나왔다. 만해를 '종교인·시인·혁명가'의 삼위일체로 보면서 '궁핍한 시대의 시인'에 비유했던 것. 독일 시인 횔덜린의 시 '빵과 포도주' 중 '이 궁핍한 시대에 시인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란 시구에서 따왔다. 김 교수는 "횔덜린은 희랍 시대의 정신과 예술을 동경했고, 자신의 시대는 그런 삶의 아름다운 지혜가 사라져 궁핍한 시대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 때 제자들에게 나눠준 빵과 포도주가 상징적 물건으로 남아 그 이후에도 영적이고 장엄한 것을 보통 사람들이 나눠 갖도록 하듯이, 시인은 궁핍한 시대에 그 지혜를 최소한의 상징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라고 설명했다. 만해 역시 님의 진리를 깨닫고 따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암시한 시인이었다는 것.

김 교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독단론의 횡행'을 꼽았다. "조선조의 유교 정치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지식인이 통치한 체제였다. 지식인이 권위 있는 발언을 하는 것과 정치를 실천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어야 하는데, 조선 시대엔 그게 없었으니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잡아 죽이는 사화(士禍)가 빈번할 수밖에 없었다. 유교 정치는 지식인을 존중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독단적 전체주의로 넘어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 전통이 우리 사회에 남아 있어서 독단론이 횡행한다. 보다 활발한 숙의(熟議)와 소통이 필요하다."

☞김우창

―1937년 전남 함평 출생
―서울대 영문학과 졸업, 미 하버드대 박사
―1963~1974년 서울대 영문과 교수
―1974~2003년 고려대 영문과 교수
―고려대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내가 연출한 고도, 만해의 '님'처럼 항상 새로운 느낌 주고 싶었어요]

올해 '고도를 기다리며' 초연 50년
"평생 연극만 했는데 상 받아… 한 우물 판 것 수고했다고 주신 듯"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뜻을 기리는 상이라면, 받을 만한 다른 훌륭한 분들이 많을 텐데…. 평생 연극하던 놈이 받게 돼서 무척 뜻밖이고 한편으론 송구스러웠습니다. 이 나이까지 한 우물을 판 것에 대해 수고했다고 주시는 상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산울림소극장에서 만난 2019 만해문예대상 수상자 연극 연출가 임영웅(83)씨는 딸 임수진 산울림 극장장을 통해 수상 소식을 전화로 전해 들었을 때 기쁨보다는 미안함이 앞섰다고 했다. "문학 쪽에 가야 할 상이 나에게 온 것 같아 면목이 없어요. 건강 때문에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요. 물론 이런 상황 때문에 이번 수상이 더욱 제게 위로와 격려가 되기도 합니다."

연극 연출가 임영웅은 “‘고도를 기다리며’는 나와 배우, 그리고 관객이 반세기 동안 함께 나이 들며 만들어온 연극”이라고 했다.
연극 연출가 임영웅은 “‘고도를 기다리며’는 나와 배우, 그리고 관객이 반세기 동안 함께 나이 들며 만들어온 연극”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올해는 만해대상 수상을 비롯해 임씨에게 의미가 남다른 일들이 많았다. 그의 운명적 작품인 사뮈엘 베케트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이하 고도)'를 국내 초연한 지 올해로 꼭 50년이 됐다. 이 작품의 성공에 힘입어 이듬해 극단 '산울림'을 창단했고, 이후 '고도'는 반세기 동안 약 1500회 공연에 22만여 관객을 끌어들이며 산울림의 대표 레퍼토리가 됐다. 지난 5월 초연 50주년을 기념해 임씨의 연극사(史)를 돌아보는 기록전이 열렸고,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약 한 달간 열린 '고도' 기념 공연은 전 석 매진을 기록했다.

임씨는 "'고도'는 수십 년 동안 몇 번을 되풀이해서 보는 관객들이 유난히 많다. 만해 시에 등장하는 '님'처럼,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기다림의 대상인 '고도'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영웅표 고도'가 유난히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베케트가 워낙 잘 썼기 때문이지 내가 한 것은 없다"며 "다만 부조리극이라는 어려운 틀에 갇히지 않고 누구나 보고 웃으면서 '저게 인생이고 또 내 얘기구나'싶은 연극을 만들고자 했다"고 했다.

1955년 '사육신'을 연출하며 연극계에 데뷔한 그는 한때 배우의 눈빛과 동선 하나하나 엄격하게 짚는 '호랑이 연출가'로 이름 높았다. 스스로도 "배우들이 현장에서 나에게 말을 못 붙이는 것은 물론 쳐다보는 것조차 어려워하곤 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오래 앓아온 허리 디스크와 최근 알츠하이머까지 겹치며 지금은 연극 현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다. 그럼에도 그가 인터뷰 내내 또렷한 음성으로 강조한 것은 "앞으로도 산울림뿐 아니라 한국 곳곳의 무대에 오르는 연극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는 당부였다.

☞임영웅

―1936년 서울 출생
―서라벌예대 연극영화과 졸업,
―1969년 ‘고도를 기다리며’ 초연
―1970~ 극단 산울림 대표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서예대전·백일장 등 행사 다양]

올해 만해축전은 오는 11일 오후 6시 만해마을에서 열리는 전야제로 시작을 알린다. 문인 200여명과 을지부대 장병, 주민 등 400여명이 함께한다. 식전 행사로 '유심작품상' 시상식이 열린다.

11~14일 만해마을 인근 여초서예관과 한국시집박물관에서는 '님의 침묵' 서예대전이 개최된다. 전국에서 응모한 작품 250여점이 전시된다. 12일 인제실내체육관에서는 전국 청소년 900명이 참여하는 '전국고교생백일장', 14일 만해마을에서는 '님의 침묵 전국백일장'이 열린다.

인제산촌민속박물관에서는 10·11일 인제산촌민속박물관·박인환문학관·한국시집박물관·여초서예관이 합동으로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산야초 모기향 체험' '캘리그래피 컵 만들기' '나의 필사 시집 만들기' 등 모든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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