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소미아 고민… 파기땐 후폭풍 우려, 이제와서 접기도 난감

입력 2019.08.05 03:00

[韓日 정면충돌] 외교街 "美압박 카드인데, 美가 안움직이면 안보 위기만 심화"
브룩스 前사령관 "공유정보 제한할 수 있지만 채널 파괴는 반대"

정부와 여당이 최근 잇따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은 "지소미아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 내 한국 배제'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미국과 일본을 움직일 수 있는지 미지수이고 그 파장도 가늠하기 어려워 쉽게 공식화하진 못하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 의사를 일본에 통보해야 하는 시한은 이달 24일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상징하는 지소미아 파기는 일본에 직접적 타격을 주는 카드는 아니다. 이번 사태에 미국이 중재·개입해 달라는 대미(對美) 압박용 카드에 가깝다. 미국도 지소미아 연장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요구하고 있는 한·일 중재에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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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보복 대응’ 당정청 회의 -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 내 한국 배제’ 조치를 강행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책 논의를 위한 고위 당·정·청 협의회가 열렸다. 오른쪽부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이덕훈 기자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들은 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은 중재나 조정에 관심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또 "이번 일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중간에 끼어드는 것은 긍정적이지 않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을 때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

외교가에선 "지소미아 파기는 우리가 미국을 움직여 일본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강한 외교 카드이지만, 정작 미측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대일(對日)·대미 압박에 모두 실패하고 한반도 안보 위기만 심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소미아 파기' 띄우는 정부·여당

강 장관은 지난 2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일본이 우리 안보 문제를 거론하면서 (보복) 조치를 취한 만큼 한·일 간 안보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지소미아를 포함해 모든 것을 테이블에 올리고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종 차장도 2일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포함해 종합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해찬 대표 등 여당 핵심 인사들도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하고 있다.

한, 일 갈등의 주요 분기점

하지만 외교가에선 그 실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미·일의 움직임을 잘못 예측하고 파기를 강행했다간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지소미아 파기는 일본을 아프게 하지도 못하고 미국의 반발만 사 외교적 고립을 자초할 위험이 큰 하책(下策)"이라며 "일본은 미측에 '한국을 배제하고 동북아 안보 구상을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지금 지소미아 유지와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이 아닌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며 "지소미아 파기론 자체가 일본이 쳐놓은 '덫'일 수 있다"고 했다.

◇美 이어 日도 일단 '지소미아 유지'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후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과 관련, "한·일은 우리(미국)가 동북아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에게 의존하는 만큼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며 "그중 하나라도 잃는 것은 우리의 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격은 세 나라 중 어느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이것이 한·미·일이 협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포럼에서 "(지소미아 파기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공유하는 정보는 제한하더라도 채널 자체를 파괴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고 했다. 일본 정부에서도 "지소미아는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소미아 연장 거부 시한(8월 24일) 나흘 뒤인 28일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내 한국 배제'가 시행된다. 국내 산업계는 이후 한·일 무역 갈등의 향방을 가늠할 날로 '10월 1일'을 꼽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등 핵심 소재 3종의 수출 규제를 시행한 지난달 4일로부터 90일째 되는 날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수출 심사 기간을 약 일주일에서 90일로 늘렸는데, 10월 1일 전 수출 허가가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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