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한국 토종인데..." 도쿄·후쿠오카·오사카 이름썼다가 '반일 습격'

입력 2019.08.04 14:35

도쿄, 교토, 후쿠오카…일본 地名 쓴 업체들 ‘비상’
"日과 무관해요" 공지에 일부는 상호 변경도 준비
점주들 "이미 매출 타격...적극 해명하는 수밖에"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도쿄빙수 건대입구점 문에 ‘한국브랜드'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민영빈 인턴기자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도쿄빙수 건대입구점 문에 ‘한국브랜드'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민영빈 인턴기자
지난 2일 낮 12시쯤 서울 광화문의 음식점 ‘도쿄등심’ 출입문 앞에서 김모(47)씨 가족 3명이 가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김씨는 "지금 시국이 좀 그래서 ‘도쿄’라는 지명이 들어간 식당으로 가는 게 고민이 많이 된다"고 했다. 그러던 중 가게 안에서 점원이 나와 김씨 가족에게 메뉴판을 펼쳐 보였다. 메뉴판엔 ‘도쿄등심은 한국인이 100% 지분을 소유한 국내 기업의 브랜드로, 일본산(産) 불매 운동에도 동참하며 일본산 주류 및 음료 판매를 중지했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김씨는 그제야 가게 안으로 들어가며 "국내 브랜드인데다 일본산 재료를 하나도 안쓴다고 하니 마음이 좀 놓인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국가(수출심사 우대국) 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양국 갈등이 극에 달하자, ‘도쿄’나 ‘후쿠오카’, ‘오사카’ 등 일본 지명을 브랜드로 이용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초긴장하는 모습이다. "일본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적극 해명에 나서는가하면 브랜드 이름을 바꾸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일본 브랜드나 일본 제품이 아닌데도 이름이나 간판이 그렇다보니 손해를 보는 면이 많다"면서 "손님들이 무작정 손가락질 하며 화내고 지나갈 때는 정말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오해를 부를만한 브랜드는 ‘도쿄빙수’를 비롯해 ‘도쿄술집’, ‘교토마블’, ‘후쿠오카함바그’, ‘도쿄등심’ 등이다. 프랜차이즈 외식 업체들이어서 서울시내만 해도 수십 곳이 간판을 걸고 있다. 이들 외식업체들은 최근 홈페이지에 ‘일본과는 관련이 없는 국산 브랜드’라는 공지문을 제각각 올렸다. 실제 프랜차이즈 대리점에도 이 같은 ‘일본 무관’ 내용을 담은 안내문이나 홍보패널 등을 부착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도쿄빙수 관계자는 "일부 지점은 불매운동 때문에 이미 매출이 줄어들었다"며 "일식도 아니고 일본 콘셉트만 약간 있을 뿐인데 불매 운동에 영향을 받게 돼 깜짝 놀랐다. 언제까지 이래야 될지 걱정이 많다"고 했다.

교토마블이 자사 소셜미디어에 올린 안내문. /인스타그램 캡처
교토마블이 자사 소셜미디어에 올린 안내문. /인스타그램 캡처
당장 매출에 타격이 없어도 선제적으로 일본과 선을 긋는 업체들도 있었다. 교토마블은 인스타그램에 "순수 국내 자본으로 만들어진, 용산구 이촌동에서 시작된 국내 벤처 브랜드"라는 공지문을 올렸다. 교토마블 관계자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아직 매출에 영향을 받은 부분은 없다"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토마블은 한국브랜드’라는 안내문을 미리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했다.

일부 업체는 브랜드 인지도 손실을 감수하면서 아예 일본을 연상시키는 상호명을 변경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도쿄차돌’은 다음주쯤 상호명에서 ‘도쿄’를 빼고 간판도 바꾸기로 했다. 도쿄차돌 관계자는 "아직 불매운동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싶어서 간판을 바꿀 것"이라며 "‘도쿄’라는 단어가 다수 들어간 메뉴판도 함께 대폭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호에 일본을 연상케하는 단어를 넣은 것은 일본 특유의 정갈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주기 위함이었다"며 "그러나 현재는 일본식 상호명으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고, 단시간에 상호명을 바꾸는 것도 여의치 않으니 할 수 있는 게 적극적인 해명밖에 없는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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