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犬, 내가 때리는데..."라던 ‘동물학대’ 유튜버 처벌될까

입력 2019.08.04 06:00

민법상 반려견은 ‘물건'...숨지면 ‘재물손괴죄’
해외선 이혼 때 양육권 다투는데 우리는 재산분할
동물보호법 있지만 구속이나 실형은 사실상 전무
법조계 "유튜버 서씨도 엄벌 가능성은 낮아보여"

유튜버 서모(29)씨가 생방송 도중 자신의 반려견을 때리고 침대에 내던지는 모습. 경찰은 지난 30일 서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유튜버 서모(29)씨가 생방송 도중 자신의 반려견을 때리고 침대에 내던지는 모습. 경찰은 지난 30일 서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내 강아지 내가 때리면서 키운다는데 잘못한 거에요? 내 재산이에요. 내 마음이에요. 동물협회 아무리 신고해봤자 안 통해. 처벌 못 해. (동물협회) 당신들 때문에 경찰만 고생해. 경찰도 (강아지) 때린다는데 아무 것도 못 하잖아."

지난달 26일 반려견을 때리고 침대에 내던지는 모습을 유튜브 생방송으로 내보내 공분을 산 유튜버 서모(29)씨가 생방송 도중 시청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흥분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경찰은 별다른 조치를 못 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서씨는 게임과 음식 소개 등의 콘텐츠로 구독자 3만7000여명을 보유한 유튜버다.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씨를 동물학대로 처벌하고, 동물보호법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4일 자정 현재 12만8151명의 동의를 얻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같은달 30일 서씨에 대한 고발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서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반려견 소유권을 포기하고 죗값을 치르겠다.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사과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동영상을 모두 지웠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동물을 마구 학대하고도 서씨가 당당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서씨는 왜 처벌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현행법(민법)에서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는 ‘물건'에 해당된다. 구타 등 학대로 동물을 죽이더라도 법에서는 해당 동물의 시가를 따져 재물손괴죄로 처벌하고 있다. 이 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와 별개로 동물학대 등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동물보호법에서도 동물을 학대하면 최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1991년 동물보호법 제정된 이후에도 동물학대 단독 혐의로 실형을 선고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동물학대죄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사례 역시 사실상 전무하다.

농림식품축산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입건된 동물학대 사건은 모두 1546건. 이 가운데 구속된 사건은 단 1건에 불과했다. 동물 안락사 논란을 불렀던 ‘케어’ 박소연 전 대표는 200마리가 넘는 반려동물을 안락사시켜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지난 5월 4일 제주시민복지타운광장에서 열린 '2019 반려동물 페스티벌'을 찾은 아이가 행사장에서 만난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
지난 5월 4일 제주시민복지타운광장에서 열린 '2019 반려동물 페스티벌'을 찾은 아이가 행사장에서 만난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
동물의 법적 지위가 물건으로 돼 있어 동물권이 침해받는 사례는 종종 일어난다. 견주(犬主)의 채무불이행시 반려동물은 ‘재산'이어서 강제집행을 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을 압류금지대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가족처럼 생각하고 키우는 동물까지 빼앗아가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은 재산으로 간주되는 탓에 이혼할 때도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양육권이 아닌 재산분할로 다뤄진다.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이혼 시 반려동물의 양육권을 법원에서 다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법조계에서는 "국내법상 반려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이더라도 처벌수위가 약해 서씨 같은 사람을 엄벌에 처할 수 있을 지 미지수"라고 말한다. 법무법인 청파 이재만 변호사는 "서씨가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징역형은 사람에 대한 인신 구속인데, 민법상 물건에 해당하는 반려견을 때린 것만으로 실형을 선고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동물 관련 사건의 판례가 성숙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서씨는 ‘내 개니까 처벌 못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은 처벌 가능성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김슬기 변호사는 "서씨의 경우 영상에서 학대 행위가 확인되기 때문에 바로 임의동행이나 입건을 하는 등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조처가 필요하다"면서 "검·경이 동물학대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와 기소를 지금보다 더 많이 하고 법원에서도 지금보다 좀 더 높은 양형을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동물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국민적 감정이나 정서가 동물학대를 엄벌해야 한다는 데 이른 만큼 동물의 민법상 지위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당장 민법을 못 고치더라도 동물을 별도로 취급하는 규정 등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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