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 CCTV의 간판 앵커가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 미국의 한·일 간 중재가 통하지 않았다며 조롱하듯 말했다. 중국 매체들은 미국의 중재 실패를 부각시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CCTV 채널1의 저녁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의 여성 앵커 하이샤(海霞)는 이날 방송이 끝난 후 소셜미디어 프로그램 ‘앵커가 방송을 말하다’에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빼버린 것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신원롄보는 매일 저녁 7시에 방영되는 뉴스 프로그램으로, 하이샤는 12년째 이 프로그램의 앵커를 맡고 있다.
하이샤는 "우리의 이웃나라 일본과 한국이 서로 친구 삭제를 하고 상대방을 차단시켰다"고 얘기를 꺼내며, "재밌는 건 미국이 설득에 나섰지만 (경제 보복 조치를) 못 말렸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일 양국에 미국의 말이 안 먹혀 미국이 체면을 구겼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조롱성 발언을 했다. 그는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미국은 다른 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다"고도 했다.
베이징 일간지 신경보도 한·일 사이에서 미국의 중재가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AP 보도를 인용, "한국의 중재 요청에 따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일 간 위기 해결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양국 교착 상태를 깨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는 한·일 갈등을 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이날 오전 일본의 대(對)한국 추가 경제 보복 조치 이후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회의장엔 싸늘한 기운이 가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세안+3(아세안 10국+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장에서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설전을 벌이며 충돌했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할 때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곤혹스러워하며 촬영을 이끄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과 관련해 중재 역할에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재 행보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중재 의지를 명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이 중재에 나섰는데도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미국의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거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소리(VOA)는 익명의 미 국무부 관계자가 2일 "한·일 모두 관계 악화를 개선시킬 책임을 져야 하며, 지난 몇 달간 양측 신뢰를 손상시킨 정치적 결정에 대해 자아성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