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도… 빗물펌프장 제어실엔 아무도 없었다

입력 2019.08.02 03:31

서울시, 호우주의보 발령 후에야 비상근무령… 직원들 뒤늦게 도착
실종자 2명 터널서 숨진 채 발견

서울 목동빗물펌프장 지하 배수터널을 점검하던 중 폭우로 수문(水門)이 열리면서 발생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작업자 2명이 1일 새벽 빗물을 빼낸 터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발견된 1명을 포함해 총 3명이 이번 사고로 숨졌다. 사고 당시 작업자가 내려간 상태에서 폭우가 쏟아졌지만, 수문 자동 개방을 막을 수 있는 제어실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 당국과 양천구청은 "1일 오전 5시 45분을 전후해 배수터널에서 전날 실종된 현대건설 직원 안모(30)씨와 미얀마 국적 협력업체 직원(24)이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 7시 10분쯤 이 펌프장 시설을 만든 현대건설 협력사 소속 구모(65)씨와 미얀마 출신 근로자가 지하 48m 깊이 배수터널로 들어갔다. 지난 6월 말 완공된 빗물펌프장 시운전을 앞두고 터널 내부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30분 뒤 빗물을 모아두는 보관 탱크(하수박스) 수위가 폭우로 급격히 올라가 수문 3개 중 2개가 자동으로 열리면서 배수터널로 물 6만t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현대건설 소속 안씨가 이 소식을 전해듣고 통신이 끊긴 협력업체 직원을 대피시키기 위해 7시 50분 터널로 내려갔다. 그러나 직경 10m짜리 터널에 4m까지 차오른 물은 셋 모두를 휩쓸어갔다. 가장 먼저 구씨가 당일 오전 10시 26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열린 두 수문은 하수박스 수위가 각각 50%, 60%에 도달하면 자동 개방되게 설정돼 있었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사고 당시 수문의 자동 개방을 멈출 수 있는 빗물펌프장 제어실에는 근무자가 아무도 없었다.

펌프장 제어실 관리 주체는 양천구다. 구청에 따르면, 제어실 직원은 평시 오전 9시에 출근하지만 서울시 비상 근무령이 내려지면 시간과 관계없이 빗물펌프장을 지켜야 한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시간당 30㎜ 이상 비가 예상되면 비상근무령을 내려야 한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5시쯤 서울 전역에 최대 40㎜의 비를 예보했지만, 서울시는 비상근무령을 내리지 않았다. 비상근무령은 오전 7시 30분 호우주의보가 발령되면서야 내려졌다. 직원이 곧바로 제어실로 향했지만 7시 40분 수문이 열리기 전 도착하지 못했다. 양천구청은 7시 38분에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에 수문 개방 가능성을 통보했다.

양천구가 인터넷에 만든 '양천구 빗물펌프장 펌프 가동 현황' 사이트는 누구나 강우량, 하수박스 수위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 관계자는 "실시간 모니터링 사이트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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