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국가 제외, 日각의 결정→공포→21일후 시행

입력 2019.08.02 03:12

[위기의 한국] 오늘 각의서 '한국 배제' 통과되면, 일왕 명의로 공포후 시행

일본이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정령(政令) 개정안을 2일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처리할 경우 남은 변수는 언제부터 실행되느냐다. 한국을 '비(非)화이트 국가화'하는 개정안이 통과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서명을 하더라도 실행되기 위해서는 공포(公布)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개정안은 나루히토(德仁) 일왕 명의로 공포되고 21일이 지나면 실제로 시행된다. 아베 내각은 '각의 결정→공포→21일 후 시행'의 3단계를 신속히 진행시켜 8월 말에는 한국의 수출 심사 우대국 지위를 격하(格下)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일 화이트 국가서 제외 결정이 내려진 후, 공포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되면 오는 23일부터 한국은 수출 심사 우대국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된다.

국회 방일단, 한국대사관서 기자회견 - 일본 도쿄를 방문한 국회 방일 의원단(단장 무소속 서청원 의원)이 1일 주일 한국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일본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을 면담할 계획이었으나 자민당 측이 갑자기 취소했다. 왼쪽부터 윤상현 자유한국당, 조배숙 민주평화당,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서청원 무소속 의원.
국회 방일단, 한국대사관서 기자회견 - 일본 도쿄를 방문한 국회 방일 의원단(단장 무소속 서청원 의원)이 1일 주일 한국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일본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을 면담할 계획이었으나 자민당 측이 갑자기 취소했다. 왼쪽부터 윤상현 자유한국당, 조배숙 민주평화당,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서청원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이 '한·일 관계의 현상 유지'를 내걸고 중재하기 시작한 것이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도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서 '속도 조절'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상한 시나리오가 '각의 통과, 시행령 공포 연기 또는 유보'다. "한국에 본때를 보여야 한다"는 일본의 여론도 만족시키면서 한·미·일 3국 협력을 바라는 미국을 배려하는 절충안이다. 한국의 입장 변화를 봐가면서 언제든지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방안이기에 아베 내각이 오히려 선호할 수도 있다. 아베 정부는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의 책임은 "100% 문재인 정부에 있다"며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국내 문제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에 한국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면서 다음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배제하는 것은 징용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국가 안보상 취하는 수출 관리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한·일 관계 중재에 나선 미국에도 같은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이 1일 '미국 중재 관련, 한·일 간에 온도 차'가 있다고 보도하면서 한국은 중재에 적극적이지만, 일본은 이를 외면해 호전될지 미지수라고 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실행 단계 표

한국이 화이트 국가 명단에서 제외되는 것이 확정되면, 일본과 거래하는 우리 기업들은 큰 불확실성을 안게 된다. 일본 정부가 정한 1100여개 전략물자를 한국 업체에 수출하는 일본 업체들이 경제산업성에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일반 포괄 허가'를 받으면 3년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민·군(民軍) 양용의 물품에 대해선 '캐치 올(catch all)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캐치 올 규제는 민수용 품목 중에서 대량살상무기(WMD) 등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품을 수출할 때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무기 제작에 쓰일 수 있는 모든 품목(all)을 통제(catch)한다는 의미인데, 사실상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모든 품목이 규제 대상이다.

한국 업체 입장에선 일본 측 수출업자에게 해당 물품이 민수용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공해야 한다. 서류에는 최종 사용자와 군수용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가령 탄소섬유를 일본 도레이에서 수입하는 한국 업체는 '이 제품은 수소충전소 저장 용기에 쓰이며, 한국 내 최종 사용자는 수소충전소를 운영하는 A업체'라는 서류를 일본 수출 업체에 제공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서류를 갖춰 수출 신청을 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얼마든지 허가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경산성은 수출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90일 안에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지만 90일째 되는 날 수출 불허를 결정할 수도 있고, 혹은 89일째 되는 날 '서류 미비' 등 이유로 보완을 요구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한국 업체 입장에선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일본산 제품을 언제쯤 들여올 수 있을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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