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도박 광고' 막을 수 있었으나 방치했다

조선일보
입력 2019.08.02 03:00

광고 목록 열람권 계약 해놓고 프로축구연맹, 권리 행사 안해… 티켓 수익만 챙겨 채권 설정

지난 26일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 경기에서 불거진 '아마추어 촌극' 중 팬들이 가장 경악했던 것은 해외 불법 사설 토토 사이트 광고였다. '갬블XX'라는 업체명과 홍보 문구가 서울월드컵경기장 A보드에 버젓이 노출됐고, 이는 공중파 중계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법으로 금지한 불법 도박이 6만5000여명의 관중뿐만 아니라 전국의 TV 시청자에게 홍보된 셈이었다.

불법 광고 사태는 사실상 프로축구연맹의 '스폰서 계약 방치'로 인해 일어난 정황이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입수한 연맹과 더 페스타의 계약서에 따르면 연맹은 당초 경기장 A보드 광고 목록을 받아보고 확인할 권리가 있었다. 지난 6월 17일 작성된 계약서 9조 4항에는 '주최사(더 페스타)는 21일 이내(7월 8일까지)에 스폰서십 계약 내역을 연맹에 공개한다'는 내용이 있다. 연맹이 더 페스타로부터 계약금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스폰서 수익 일부에 채권 설정을 해놓는 '안전장치'와 같은 조항이다.

지난달 26일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광고판에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 광고가 등장한 모습.
지난달 26일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광고판에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 광고가 등장한 모습. /스포츠조선 허상욱 기자

촉박한 일정 때문에 스폰서를 다 구하지 못한 더 페스타는 약속한 7월 8일까지 광고 내역을 연맹에 전달하지 않았다. 그러자 연맹은 스폰서 수익 대신 이미 매진된 티켓 수익에 채권 설정을 했을 뿐 스폰서 내역을 더 이상 들여다보지 않았다. 연맹 이익금 보전에 대한 안전장치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경기에 출전하는 K리그 선수들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 관리는 소홀히 한 셈이다. 한 스포츠 에이전시 관계자는 "광고 목록을 받아보기로 한 연맹이 뒷짐을 지면서 사실상 빌미를 제공했다"며 "스폰서를 급하게 구해야 하는 더 페스타 입장에서는 도박 업체의 거액 광고 제안을 쉽게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맹은 경기 당일 킥오프 휘슬이 울린 뒤에야 불법 광고를 인지했다. 연맹 관계자는 "향후 제3의 에이전트가 관여하는 이벤트에 대해 국민체육진흥법에 위배되지 않는 '광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운영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