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고노, 악수했지만 냉랭한 분위기
두 사람 모두 사진 촬영 동안 입 굳게 다물고 눈길 안 마주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1일 태국 방콕에서 벌인 담판은 예상대로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우대국) 제외 조치를 앞두고 양국 외무장관이 마주 앉았지만 냉랭한 분위기 속에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돌았다.
이날 오전 8시 50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담은 시작부터 냉랭했다. 회색 정장 차림으로 회담장에 먼저 들어선 강 장관은 뒤따라 들어온 고노 외무상에게 손을 내밀면서 "웰컴"이라고 말하는 듯 했고, 고노 외무상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굳은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언론이 사진을 촬영하는 동안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보통 취재진이 있는 동안 근황 등 안부를 물으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이어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두 장관은 입을 굳게 다물고만 있었다.
사진 촬영 후 강 장관은 고노 외무상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자리를 정리하는 동안 강 장관은 13초 동안 고노 외무상의 반대쪽을 바라봤다. 자리에 앉은 고노 외무상은 입을 앙 다문 채 아래쪽을 쳐다보며 강 장관과 눈맞춤을 피하는 듯 했다.
이날 양자회담에는 한국 측에서는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일본 측에서는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통역과 함께 배석했다. 회담은 언론에 공개하는 모두발언 없이 곧바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의 회담은 시종 내내 엄중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양측 간 간극이 상당했다"면서 "(강 장관이) 기존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를 보류·중단해줄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고 전했다.
회담을 마치고 나온 강 장관은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의 원인을 안보 상의 이유로 취한 것이라고 했다"면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결정한다면)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 (협력)의 틀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두 사람이 회담에서 팽팽히 맞섰고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