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초당적 기구인 '일본 수출 규제 대책 민·관·정(民官政) 협의회'가 31일 첫 회의를 열었다. 여야 5당 대표자들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등 참석자들은 일본에 수출 규제 철회와 추가 조치 중단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여야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해법에서 차이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일본의 조치를 "명백한 경제 보복이며 경제 침략 행위"라고 규정하고 "국가적 위기 앞에는 여야 구분도, 고용주·근로자 구분도 없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IMF 경제 위기를 금 모으기 운동으로 슬기롭게 극복해냈듯 이번 위기도 힘과 지혜를 모아 이겨낼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정진석 일본수출규제대책특별위원장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역사 문제를 경제 문제로 확전시켰고, 우리 정부는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거론하면서 안보 문제로 확대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감정적 전쟁 국면을 이성적 협상 국면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실효적 대안을 마련해 협상에 나서야 하고, 필요하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정책위 의장은 "이 협의회가 현 정부의 감정적 대응을 지지·강화하는 기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고, 민주평화당 윤영일 정책위 의장도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겠지만 감정의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소재·부품·장비의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화율을 높이겠다는 정부 대책의 비현실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용만 회장은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일본의 첨단 기술을 따라가려면 반세기가 걸린다. 단기간에 국산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든 다른 나라에서든 원천 기술을 구매해 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박 회장은 공개회의에서도 "국내에서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이 우리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닌 것 같다"며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접근해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기술력 확보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안은 외부 기업·대상과 협력하는 노력도 병행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