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강원춘천시청, 女 컬링팀 홋카이도 대회 불참 결정
"한·일 관계 안 좋아 불참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
서울시청·강원도청 男컬링팀은 "선수들 위해 참가"
체육계 "정치적 이유로 선수들만 피해" 지적도
다음달 1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국제컬링대회를 앞두고 국내 초청팀 4곳 중 2곳이 불참을 결정했다. 컬링팀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최근 한·일 관계 경색을 이유로 대회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회는 다른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랭킹 포인트’를 주는 대회여서 체육계 안팎에선 "컬링 선수들이 정치적 이유로 선수 생활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체육계에 따르면, 국내 컬링팀인 ‘경기도청’과 ‘강원춘천시청’은 다음 달 1일 시작하는 ‘홋카이도 은행 컬링 클래식(홋카이도대회)’에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 대회에는 한국· 중국·러시아·캐나다 등에서 남녀 10개팀씩 총 20팀이 참가한다. 한국은 ‘서울시청’ ‘강원도청’(남성팀), ‘경기도청’ ‘강원춘천시청’(여성팀)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춘천시체육회는 지난 22일 춘천시청팀의 홋카이도 대회에 불참을 결정했다. 이날은 선수들이 휴가를 마치고 훈련을 위해 복귀한 날이었다. 춘천시체육회 관계자는 "컬링팀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감독·코치 등과 협의해 대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한·일 관계와 무관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춘천시청팀은 지난해 이 대회 우승팀이다. 재작년엔 준우승했다.
경기도청도 대회 이틀 전인 지난 30일 대회 불참을 결정했다. 이날은 경기도청팀이 대회 출전 준비를 모두 마치고 일본으로 출국하는 당일이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안 좋은 상황에서 불참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청팀은 지난 11일 ‘2019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여자부’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이번 대회에서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팀이다.
갑작스런 대회 불참 결정이 논란이 되는 것은 이 대회가 월드컬링투어(WCT)의 ‘랭킹 포인트’가 부여되는 공식 대회이기 때문이다. 컬링팀은 이 ‘랭킹 포인트’를 쌓아야만 주요 그랜드슬램 대회의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체육계는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출전을 권했지만, 지자체는 ‘불가’ 방침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어느 종목 선수들이나 갑작스럽게 대회를 못 뛰게 되면 허탈하기 마련"이라며 "단지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일 뿐인데, 지자체가 한·일 관계 악화와 대회 출전을 연결지어 선수들만 손해를 입게 됐다"고 했다.
반면 남자팀인 서울시청과 강원도청 2개팀은 그대로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팀이 선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한·일 관계를 이유로 불참하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선수 개인이 피해를 보도록 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도 "다른 지자체의 불참 사실은 통보받았지만, 이미 계획이 수립돼 있었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도 참가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두 팀이 빠지게 된 이번 홋카이도 컬링대회에는 일본 2개 팀이 대신 출전하기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