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日강제징용 판결은 법리 남용...法 무력화시킬 것" 대법원 정면 비판

입력 2019.07.31 15:13 | 수정 2019.07.31 16:46

金 부장판사의 대법원 강제 징용 판결 3가지 반박
민법 소멸시효, 법인격 법리, 日 판결 기판력 지적
"대법원, 法을 신의칙과 공서양속으로 무력화해"

현직 부장판사가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 /뉴시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 /뉴시스
김태규(52·사법연수원 28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징용 배상 판결을 살펴보기’라는 제목의 A4용지 26쪽 분량의 글을 올렸다. 그는 "외교분쟁은 양국 정부 간 충돌에서 발생하는데, 법원의 판단이 일부 원인 제공을 했다는 것이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고 글을 쓴 배경을 밝히며 "나라면 2012년 대법원이 파기환송하기 전의 1· 2심 판단대로 했을 것"이라고 했다. 강제징용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당시 판단을 말하는 것이다.

일제 때 강제징용 피해를 입은 여모씨 등 4명은 지난 2005년 자신들이 일했던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피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2012년 대법원은 신일철주금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후 열린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취지대로 신일철주금이 피해자 4명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작년 10월 대법원은 판결을 확정했다.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3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첫째 소멸시효의 장벽을 어떻게 넘었나, 둘째 법인격의 법리를 어떻게 넘었나, 셋째 일본 법원 판결의 기판력(旣判力·확정판결된 사건을 다시 재판해 뒤집지 못하도록 하는 효력)이라는 장애를 어떻게 넘었나 등이다.

그는 소멸시효에 대해 "일본과 국교가 회복된 1965년을 기준으로 봐도 40년의 세월이 흘렀다"면서 "민법 제766조에서 정하는 불법행위의 소멸시효 기간을 훌쩍 넘어섰다"고 했다. 민법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3심이 소멸시효의 벽을 넘어선 논리는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하여 권리 남용이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며 "보충적이고 거의 수용하지 않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이유로 소멸시효를 부정했다"고 설명했다.

법인격의 법리에 대해서는 "원고들을 고용했던 구 일본제철(신일철주금)은 1950년 4월 1일 해산하며 소멸됐다"면서 "법인의 원리에 따라 원고들은 소멸한 회사를 상대로 더 이상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 법률을 따를 경우 나타나는 결과가 대한민국의 공서양속(公序良俗·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위반될 경우에는 일본 법률의 적용을 배제하고, 대한민국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일본 법률이 터무니없었으면 우리가 수용하지 않았을 것인데, 일본이 자국 의회를 거쳐 제정한 법률을 우리의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판단한 것이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일본 법원 판결의 기판력에 대해 "기판력은 존재하는 재판을 무한 반복하여 남용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취지"라면서 "외국 법원의 판결에 대해 기판력을 무시하고 한국 법원이 다시 판결하려면 그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여씨 등은 우리나라 법원에 소송을 내기 전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 재판소에 신일철주금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었다. 2001년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고, 이 판결은 항소심을 거쳐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확정됐다.

김 부장판사는 "(앞서 밝힌) 중요한 장애를 신의성실의 원칙과 공서양속으로 극복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법리 남용은 하나의 사건에서는 법관이 원하는 대로 판결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다른 민법 조항들을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많은 소송 당사자들이 법원에 찾아와 자신들에게도 이러한 법 적용을 하는 특혜를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일본 측 배상 책임을 인정한 김능환 전 대법관이 ‘건국하는 심정으로 판결문을 작성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판결문에 노고가 엿보이지만 건국하는 심정이 들 정도의 논리 전개를 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 논리 전개가 자연스럽거나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반증일 수 있다"고 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의 판결문을 인용해 "미국 법원은 전쟁포로수용소 피해자였던 미군 병사가 일본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을 기각하며 ‘원고가 받아야 할 충분한 보상은 앞으로 올 평화와 교환됐다’고 판결했다"고 적었다.

김 부장판사는 경북 경주 출신으로 울산 학성고와 연세대 법대를 졸업했다. 평판사 시절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과 대법원 연구관을 지냈고, 대구·울산지법에서 부장판사를 지냈다. 그는 지난 5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도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이 기관(공수처)은 누가 견제하고 통제하느냐"며 "법관, 검사, 고위 경찰은 공수처에 무릎을 꿇게 된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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