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내달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 국가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권에서 '대일 강경론'이 쏟아지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이 있는가 하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로 '보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한·일은 감정이 있더라도 헤어질 수 없는 이웃"이라고 한 것이 이날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건 유일한 목소리였다.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최재성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 지소미아 연장에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외통위원들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 전체 회의에서 송영길 의원은 "일본이 국가 안보 문제를 가지고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 하는데 지소미아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일본 스가 장관의 자기 모순"이라고 했다. 심재권 의원도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다고 하면 우리는 지소미아를 당연히 파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답변을 통해 "상황 전개에 따라 (파기) 검토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강 장관은 "정부는 지금 여러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지금으로선 협정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상황에 따라 (일본에) 언제 어떻게 전달하고 발표할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선 '도쿄올림픽 보이콧' 주장도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는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전쟁과 유사한 경제적 도발을 일으킨 일본이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을 주최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석현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내년 도쿄올림픽에 방사능이 안전한지 문제 제기가 어떨까요"라고 했고, 민병두 의원은 "올림픽 오륜기가 파시즘+방사능기가 됐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해찬 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지소미아 파기는)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소미아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선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 대표는 '도쿄올림픽 보이콧' 주장에 대해서도 "한·일 간은 감정이 있어도 헤어질 수 없는 이웃인 만큼 감정을 잘 삭여 공존할 수 있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모처럼 아시아에서 올림픽이 이뤄지는 만큼 경제 보복과 스포츠 교류는 별개의 것으로 봐야 한다. 당 차원에서 반대하는 건 안 된다"고 했다.
당초 정치권에선 "일본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고, 동시에 한·일 갈등 중재에 미온적인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정부와 여권이 지소미아 카드 등을 꺼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등에서 강경론이 이어지면서 대일 보복 수단 중 하나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지소미아를 파기할 경우 오히려 우리가 더 큰 손해를 보는 등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지소미아 파기를 '협상 카드'로 언급할 수는 있다고 보지만, 정말로 파기해 한·일 간에 북한과 관련한 정보 교환이 중단될 경우 우리 측 손해가 상당할 것"이라며 "한·일 관계가 파탄난다는 측면에서도 실제 파기가 이뤄져선 안 된다"고 했다.
▲31일자 A4면 '이해찬 "지소미아 파기·올림픽 불참 안돼" 反日에 제동'기사 중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발언은 "(우리 정부의) 자기모순"이 아니라 "스가 (일본 관방)장관의 자기모순"이므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