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대 "韓日과 핵무기 공유하자"

입력 2019.07.31 03:01

"북핵 위협에 대응해 '韓美日 전술핵 공유' 강하게 고려해야"
"中압박이 최대 이점"… 동북아 전략차원서 현실화될 수도

미국이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국·일본과 전술핵무기를 공유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미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이 발표했다. 보고서는 '비전략(nonstrategic) 핵무기'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전술핵과 동의어다. 미군의 한반도 핵 공유 전략은 단순히 북핵 대응 측면을 넘어 대중(對中) 압박, 나아가 중국·러시아에 대항하는 동북아 핵 전술 공유 체제 구축이라는 미국의 세계 전략 차원에서 고려할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보고서는 핵무기 공유의 가장 큰 이점으로 '중국에 가하는 압박'을 꼽았다.

미 국방대학은 지난 25일 발간한 '21세기 핵 억지력, 2018 핵 태세 검토 보고서의 작전 운용화'란 제목의 보고서 북한 편에서 "급변 사태 발발 시 미국은 일본과 한국 등 특별히 선정된 아시아 파트너국과 비전략 핵무기를 공유하는 잠재적이고 논쟁적인 새 개념을 강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동아시아에 비전략 핵무기를 전진 배치하는 것은 지역 동맹국들에 대한 더 큰 (안보) 확신을 제공하는 추가적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중심축으로 한 한국과 일본의 핵 공유는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는 '한·미·일 전술핵 공유 체제'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국은 최근 중국·러시아 군용기들의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에 대응한 한국 조치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미국의 구상이 현실화한다면 이른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의 변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러시아(옛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일부 나토 회원국의 전폭기 등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게 했다. 이 회원국들은 미국과 협의를 거친 뒤 미국이 관리하는 전술 핵폭탄을 사용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다만 보고서는 "이런 구상은 (한·일의) 정치·군사적 제한 요소를 고려해 나토식 비전략 핵무기 공유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평시엔 우리 군의 F-15K나 F-35A를 이용해 괌 등지에서 핵폭탄(B-61) 장착 훈련을 실시하고, 유사시 또는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이 현저할 때 미군 전술핵을 한반도로 반입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전술핵이 어디 배치되느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 전술핵 사용 결정 때 발언권을 갖는지 여부"라며 "나토의 핵계획그룹(NPG)과 같은 핵사용 의사결정 기구의 창설 논의가 뒤따라야 의미가 있다"고 했다.

미 국방대학의 이번 보고서는 핵 공격을 수행하는 전략사령부와 특수전사령부 등 실제 핵 관련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의 영관급 장교 4명이 작성했다. 최소한 미군 실무선에선 "한국·일본과 핵 공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30일 "보고서 저자들은 미군의 핵무기를 실제 운용하는 전문가들"이라며 "이들이 원칙적으로 전술핵의 한반도 전진 배치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미군 수뇌부에 건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핵무기를 공유할 경우) 나토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이 무기들의 소유권을 유지해 (한국과 일본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조항을 준수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독일, 터키 등 나토 다섯 나라와 핵무기 공유 협정을 맺고,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이 나라들이 NPT를 탈퇴하고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의) 정치·군사적 제한 요소를 고려해 (동맹국들이 직접 미국의 핵무기를 사용하는) 나토식 모델을 그대로 반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는 핵무기 공유는 할 수 있지만, 한·일의 국내 정치적 문제, 전술핵을 한국 등에 직접 배치할 경우 발생할 중·러와의 마찰 등을 고려해 변형된 형태의 핵 공유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는 "미국 국내 여론 등을 고려해 핵무기 직접 사용은 미군이 해야 한다는 뜻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고서는 "이것(핵 공유)은 북한에 대한 추가 억제 효과를 가질 것이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점은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도록 중국에 가하는 압박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한·일과 핵 공유 협정을 체결하는 것 자체가 중국에 압박이 되고, 이를 통해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 데 적극 나서게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또 "북한의 약점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발사) 능력의 수가 제한돼 있다는 점"이라며 "(이 때문에) 미국은 김정은 정권에 핵 능력을 무력화할 요격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과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수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한국과 일본 등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등의 추가 배치 필요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8월 2일로 예정된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와도 맥이 닿는다. 미국은 구소련과 1987년 맺은 이 조약에서 탈퇴함과 동시에 '핵 운용(Nuclear Operation)' 지침에 '전투 중 한정적 핵무기 사용'을 명시하며 중·단거리 핵탄두 미사일의 개발·운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당장 잠수함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바로 단거리 핵미사일로 전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핵 공유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통해 한·미·일 동북아 핵 전술 체계를 짠다는 개념이다.

문제는 현재 한국과 일본 관계로 볼 때 미국의 핵 공유나 중·단거리 핵미사일 운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한·미·일 전술핵 공유는 긴밀한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개념"이라며 "한·일 관계 악화로 한·미·일 안보 공조가 느슨해졌는데, 여권에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까지 주장하는 상황이니 지금으로선 한·미·일 전술핵 공유는 요원한 얘기"라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또 방어용인 사드 배치만으로도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 중국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고 했다.

1991년 미군의 전술핵무기 철수 이후 유지돼 온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무너지는 것도 관건이다. 군 관계자는 "당장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핵 반대론자들의 목소리가 들끓을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지금 미국에서 나오는 핵 공유 등의 이야기가 실현된다면 북한 핵무기에 대한 확장 억제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고 원칙적으로 맞는 얘기"라면서도 "다만 미국은 항상 핵을 자국 위주로 사용해왔고, 또 동맹보다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는 어긋나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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