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모범적으로 한 사례를 모았다며 그제 보도 자료를 내고 책자까지 발간했다. 공공기관 15곳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해 임금·복리후생비를 올리고 정년 연장으로 처우를 개선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용부가 모범 사례로 꼽은 공공기관 상당수가 민간 기업으로 치면 망해서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경영 실적이 엉망인데 보도 자료에서는 이런 얘기를 전부 뺐다고 한다. '지방 공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인 81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추켜세운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매년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농어촌공사 등도 작년 한 해에만 수백~수천억 당기순손실을 냈다. 한국국제협력단은 2017년 부채 비율 3695%로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았지만 부채 비율이 8764%로 배 이상 커진 작년엔 오히려 C등급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엔 '모범 공공기관'으로까지 꼽혔다. 나라가 희한하게 돌아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천국제공항을 찾아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0) 목표를 발표하더니 작년엔 전국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양질 일자리 같은 사회적 가치 실현이 공공기관 경영 철학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니 정부 부처가 경영 성과야 어떻게 되든 공공기관을 일자리 만들기 수단으로 동원하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작년 한 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으로 339개 공공기관 임직원이 3만6000명 늘면서 정부가 편성한 올해 인건비가 28조4346억원으로 작년보다 3조원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예년 증가 폭의 곱절 수준이다. 공기업 몸집은 비대해졌지만 경영 효율성과 수익성은 반대다. 작년 공공기관 전체 순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전년(7조2000억) 대비 85%, 이 정부 출범 전인 2016년(15조4000억)에 비해선 93%가 증발해버렸다. 이 적자는 대통령이나 장관 돈이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