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서 나온 '韓과 核 공유론' 주목한다

조선일보
입력 2019.07.31 03:20

미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이 25일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해 "미국이 한국·일본과 위기 상황 때 비전략(nonstrategic) 핵 능력을 공유하는 새로운 개념을 강력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일이 '핵무기 공유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핵 공유 협정을 통해 대북 추가 억지 효과를 얻고 북 도발을 억제하도록 중국에 대한 압력을 키울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도 했다. 북핵 문제를 잘 아는 육·해·공 실무급 장교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는 핵 공유 방법으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모델'을 언급했다. 나토 29개 회원국 중 독일·터키·이탈리아·벨기에·네덜란드 등 5개국에는 150~200기의 미 전술핵(B-61)이 배치돼 있다. 이 국가들은 미국과 맺은 '핵 공유 협정'에 따라 핵무기 정책 논의에 참여하고 핵 사용 결정 과정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핵 투하도 자국 전투기로 한다. 핵 사용 최종 결정권은 미국 대통령이 갖고는 있지만 핵 통제권을 공유하는 것이다.

나토와 달리 한반도의 전술 핵무기는 1991년 전부 철수했다. 그러나 '핵 공유 협정'으로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핵 사용 결정에 우리 입장을 반영할 수 있다면 의미는 매우 크다.

지금 김정은은 핵 포기는커녕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능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을 공격할 핵미사일은 이미 보유했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가진 것은 미국의 핵우산뿐이다. 그러나 북은 핵으로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수준에 근접했다. 최근 공개한 신형 잠수함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장착하면 미국도 북핵 사정권에 들어간다. 미 대도시가 핵 공격에 노출된 상황에서 미국의 핵우산이 우리가 필요한 시기에 제대로 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미국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이 한국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30일 "나토식 핵 공유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도 반대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위배되고 동북아 핵무장이 확산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국들은 전부 핵보유국이거나 맘만 먹으면 핵을 가질 수 있는 나라들이다. 중국은 250여기, 러시아는 7500여기를 실전 배치하고 있고 일본은 3~6개월 안에 핵무기를 다량 만들 수 있다. 최근 중·러 군용기는 우리 방공구역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영공까지 침입하고 그 틈을 타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다. 핵 무장한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위협을 당하는 한국의 정부는 무슨 대책을 갖고 있나.

북한과 어렵더라도 비핵화 협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이 '빈손'인 것과 핵 카드를 쥐고 있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한국의 핵 보유를 두려워하는 중국부터 북핵 폐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지금은 핵 협상을 계속하되 결국 실패할 경우에 나라를 지킬 대비책도 세워나가야 할 때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