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방한 절반 韓방위비 문제에 할애"... 대폭 인상 요구할 듯

입력 2019.07.30 11:53 | 수정 2019.07.30 21:16

트럼프 "'부자 나라' 지키는데 50억달러"
정부 "볼턴은 액수 언급 없었다"

지난달 방한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당시 우리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당시 볼턴은 한국 측과 회동 시간의 최대 절반 가량을 방위비 분담금 얘기에 쏟을 정도였다"고 했다. 다만 이날 정부 관계자들은 "당시 미국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금액 제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존 볼턴(왼쪽)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4일 강경화 장관과 만난 뒤 외교부를 떠나면서 해리 해리스(가운데) 주한 미 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존 볼턴(왼쪽)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4일 강경화 장관과 만난 뒤 외교부를 떠나면서 해리 해리스(가운데) 주한 미 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2월 10일 제 10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에서 올해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를 1조389억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작년 분담금 9602억원에서 787억원(8.2%) 늘린 것이다. 협정 유효 기간은 1년으로, 양국은 내년도 분담금 결정을 위한 11차 협상에 대해 다시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시 볼턴과) 그 자리에서 방위비 분담금의 구체적인 액수는 언급되지 않았다"며 "(한미) 양국은 공정한 방향으로 이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난주 볼턴의 방한 당시 (방위비 문제에) 원칙적 의견 교환이 있었으며 구체적 액수에 대한 협의는 없었다"면서 "(양국이)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금을 향해 협의해 나간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이날 '한미 방위비 분담금이 급격하게 인상될 여지가 있나'란 기자들 질문에 "협상을 진행해 봐야 알 것"이라며 "한미는 (최근) 볼턴 방한을 계기로 앞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방위비 분담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볼턴 보좌관이 방한 당시인 지난 2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 외교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을 만난 자리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에 대해 강경하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볼턴 보좌관은 정의용 실장과 두 차례 총 2시간 35분에 걸친 만남을 가졌고, 이후 '대외 발표문'을 통해 "2020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 관련, 양측은 동맹의 정신을 기반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했다.

한 관계자는 "당시 볼턴 보좌관이 정 실장 등을 연이어 만나면서 면담 시간의 절반 이상을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할애할 정도로 힘을 쏟았던 것으로 안다"며 "(볼턴은) 다만 구체적인 요구 액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미국의 요구액은 협상이 시작돼야 구체적으로 파악될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액을 추정할 근거는 없다"고 했다.

다만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대폭 인상을 거듭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8일 플로리다주(州) 파나마시티비치에서 열린 정치 유세에서 "어느 나라라고 얘기를 하진 않겠지만, 그 나라의 아주 위험한 영토를 지키는 데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가 든다. 그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주는지 물었더니 5억달러(약 5900억원)라고 했다. 우리는 45억달러를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나라'에 대해 "엄청 부자이면서 아마도 미국을 좋아하지 않는 나라"라고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27일 위스콘신주(州) 그린베이 유세에서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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