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燈 닮은 애플, 유리 옷 입은 박물관… 古都는 지금 혁신 중

입력 2019.07.29 03:00

[교토 건축]
전통 燈 형상화한 애플스토어, 新·舊관 조화 이룬 교토박물관

"중요한 것은 역사적 도시의 미래를 재창조하는 일이다." 프리츠커 수상자 자하 하디드(1950~ 2016)의 말이다. 2009년 이탈리아 로마 국립현대미술관 완공 무렵이었다. 파격적 디자인으로 비판도 받았지만, 논란 끝에 모습을 드러낸 미술관은 로마가 더 이상 과거에 매몰된 도시가 아니라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지금 비슷한 흐름이 일본 교토(京都)에서 나타나고 있다. 교토는 변하지 않는 도시, 옛 모습 그대로 가장 일본적인 도시였다. 그러나 이제 전통과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국제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변모의 양상이 최근 주목받은 건축 프로젝트에 드러난다. 건축물의 옛 모습을 살리는 데 만족하지 않고 새롭게 창조한다. 외국 자본이 짓는 최신식 건축물들도 일본의 미감(美感)과 조화를 꾀한다.

◇보존을 넘어 새로운 창조로

교토국립박물관 신관(2014)은 1895년 완공된 본관 곁에 새로 지은 건물이다. 중국계 미국 건축가 이오 밍 페이가 워싱턴 내셔널갤러리 서관 옆에 새로 동관을 설계한 상황과 비슷하다. 문제는 워싱턴과는 반대로 신관이 본관보다 훨씬 커야 했다는 점. 대규모 신관이 고풍스러운 본관을 압도하지 않도록 치밀하게 배려했다. 건물을 이루는 매스(덩어리) 중에서 가장 볼륨감이 큰 전시장 공간을 진입로의 연못과 로비 뒤쪽으로 물려 앉힘으로써 위압감을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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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종이를 바른 유리 밖으로 불빛이 비치는 교토 애플스토어. 전통 등롱에서 영감을 받았다. 유리벽엔 격자 모양 목재 구조물도 창살처럼 비친다. 오른쪽 사진은 현대적 디자인의 신관(왼쪽)과 고풍스러운 본관이 조화를 이루는 교토국립박물관. 신관의 규모가 큰데도 본관을 압도하지 않는다. /ⓒNigel Young/Foster+Partners·채민기 기자
도쿄국립박물관 호류지 보물관으로 유명한 다니구치 요시오(谷口吉生)가 설계했다. 사각의 연못, 로비의 유리벽, 꼬장꼬장한 기둥이 그리는 직선이 엄정하다. 수평적 느낌이 통하는 두 건물은 이란성 쌍둥이처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롬 시어터'(2016)는 1960년 마에카와 구니오(前川國男) 설계로 지어진 교토회관을 증축한 복합 문화 시설이다. 1층에 건물 앞뒤 길을 잇는 통행로가 나고, 메인 홀이 커지면서 기존의 지붕 위로 솟아오르는 등 상당한 변형이 있었는데도 최초의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증축 설계자 고야마 히사오(香山壽夫)는 "수준 높은 보존이란 그저 낡은 곳을 고치는 게 아니라 옛 가치 위에 새 시대의 가치를 더하는 일"이라고 했다.

교토 전통의 2층짜리 상가주택 마치야(町家)들도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여행자들에게 인기인 블루보틀 카페(2018)도 마치야를 개조해 만들었다. 외관은 크게 손대지 않았지만 마당보다 50㎝쯤 높았던 마치야의 1층 바닥은 마당에 맞춰 낮췄다. '카페의 모든 사람이 동등한 관계에 놓이도록 한다'는 블루보틀의 콘셉트를 위해서다. 설계자는 한국·일본의 블루보틀 매장을 모두 디자인한 건축가 나가사카 조(長坂常).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재생 건축'이 유행하는 가운데 맹목적 보존만이 정답은 아님을 일깨운다.

◇전통미 간직한 국제도시로

이런 변화는 교토시가 2000년대 들어 시행 중인 '교토시 기본계획'에서도 예고했다. 제2기(2011~2020) 계획에서 제시한 교토의 6가지 미래상 중 하나가 "역사·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해 '일본의 마음이 느껴지는' 국제도시 교토"였다.

외국 자본이 짓는 건물도 예외가 아니다. 오랜 번화가 시조(四条) 거리에 들어선 애플스토어(2018)는 간결한 네모꼴 디자인 안에 전통미를 녹였다. 저녁이면 특수 종이를 바른 유리 외벽으로 비치는 불빛이 은은하다. 애플 본사를 설계한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일본 전통 등롱(燈籠)에서 영감 받아 디자인했다.

최고급 글로벌 호텔들도 교토에 진출하고 있다. 신호탄이었던 리츠칼튼 호텔(2013)은 가모 강변 지역의 높이 제한에 따라 식당·연회장·수영장을 지하에 넣었다. 설계사 닛켄세케이(日建設計)의 설명이 자신만만하다. "전체를 낮게 억제한 스케일은 같은 일본에서도 도쿄나 오사카에는 없는 것이며, 여기에 교토다움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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