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을 향한 김정은의 '무력 협박'

조선일보
입력 2019.07.27 03:00

"미사일은 위력시위, 南당국자는 비위 거슬려도 경고 무시말라"
F-35 스텔스기 도입과 한미훈련엔 "자멸적 행위" 중단 요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 군의 무기 도입과 연례 군사훈련을 "이상한 짓" "이중적 행태"라고 비난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라" "경고를 무시하지 말라"고 위협했다.

26일 북한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강원도 원산에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쏘는 '대남 경고용 무력시위'를 지도한 뒤 "남조선 당국자가 최신 무기 반입이나 군사연습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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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강원도 원산에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오른쪽 사진). 김정은은 "남조선 당국자는 최신 무기 반입이나 군사연습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라"며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전했다. 왼쪽 사진은 25일 북한이 발사한 신형 미사일이 동해상으로 솟아오르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이 언급한 '남조선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 '최신 무기'는 우리 공군이 최근 도입한 F-35A 스텔스 전투기, '군사연습'은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각각 가리킨다. 작년 4월과 9월엔 판문점과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다. 남북 관계가 작년 북한의 파상적 평화 공세와 문재인 정부의 호응 속에 본격적인 대화 무드에 접어든 이후 김정은이 직접 문 대통령을 공개 비난·위협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전날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동해로 쏜 것에 대해 "첨단 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는 남조선 군부 호전 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라고 했다. 북한이 군사 도발을 자행하며 스스로 '무력시위'란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무력시위가 대남 경고용임을 대놓고 밝힌 것도 극히 드문 일"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보란 듯이 대남 무력시위를 지휘하고 문 대통령을 위협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재 장기화로 사기가 떨어진 군부 등 정권 핵심층의 불만을 달래고 체제를 결속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를 거칠게 다루는 건 자신들이 남북 관계에서 갑(甲)의 위치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도 강력 대응하기 어렵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북한의 도발과 김정은의 위협에 대해 항의하지 않았다. 통일부가 "강한 우려"를 언급했을 뿐이다. 문 대통령이 불교계 행사에서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북한을 언급하긴 했지만 이번 도발과는 무관했다. 오히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에 탄도미사일에 대한 금지 규정이 없다"며 북 도발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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