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金 "對南 경고"라는데 文은 침묵하고 軍은 "위협 아니다"라니

조선일보
입력 2019.07.27 03:20

북한 김정은이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가 "남조선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라고 했다. 한국의 스텔스 전투기 도입과 한·미 훈련을 문제 삼았다.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 당국자는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고도 했다. '남조선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다. 지난달 말 문 대통령이 미·북 간 중재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는 북한 외무성 국장이 "남조선 당국자가 말한 남북 교류 물밑 대화 같은 것은 없다"고 면박을 주더니 이번엔 김정은이 직접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3월 우리 특사단을 처음 만났을 때 "우리가 그동안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 대통령이 새벽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 이제는 새벽잠을 설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랬던 김정은이 미사일 도발을 하면서 '남한 겨냥'이라고 밝혔다. 무엇이 본심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안보 책임자들은 '북한 최고 존엄이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한다.

우리 군은 북한이 쏜 미사일을 추적하지 못했다. 북이 두 번째 쏜 미사일이 430km 날아갔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비행거리는 600여km였다. 탐지·추적을 못 한다는 것은 요격을 못 한다는 뜻이다. 요격을 못 하면 공군 비행장과 항만 등 국가 전략 시설이 무방비가 된다. 사거리 600km는 제주도와 일부 주일 미군 기지까지 타격권에 포함한다. 안보 위협이 또다시 추가된 사태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 미사일이 우리 안보에 위협이라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파장을 축소하는 데 급급하다. 한미연합사는 "북 미사일이 대한민국이나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다"고 했다. 남한 전역을 때릴 수 있는 미사일을 우리 군이 추적도 못 했는데 이것이 위협이 아니면 무엇이 위협인가.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기자들이 북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아홉 번이나 묻는데도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남북 9·19 군사합의 위반 아니냐"는 질문에도 "탄도미사일 금지 규정이 없다"고 했다. 9·19 군사합의는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돼 있다. 군사 분계선 근처에선 포병 사격, 기동훈련, 심지어 정찰비행까지 금지돼 있다. 그런데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 합의서에 핵무기 규정도 없으니 북이 핵으로 우리를 공격하려 해도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할 사람들이다.

2년 전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고 했었다. 미국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 최고위자가 핵을 탑재할 수 있고 대한민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계속 쏘아 대면서 "남한을 향한 경고"라고 하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무 말이 없다. 북 미사일 도발 이후 청와대에서는 정례 NSC 상임위만 열렸을 뿐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책회의는 한 차례도 없었다.

미국 쪽 반응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 미사일이 '소형'이고 '핵실험'이 아니라는 것만 강조하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것은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란 말만 했다. 내년 트럼프 대선에 김정은이 고춧가루를 뿌리지 않도록 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북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것은 자신들의 체제를 지키면서 미국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는 한국을 협박하고 깔고 앉으려는 것이다. 김정은이 그런 본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도 한·미 정부 모두 국내 정치에 미칠 파장에만 전전긍긍한다. 대한민국 안보는 누가 걱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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