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日 몸살… 해오름 표현한 다리, 국화무늬 시장천막도 철거 요구

입력 2019.07.25 01:45 | 수정 2019.07.25 11:28

'오름 위 번지는 햇살' 묘사한 제주 조형물은 욱일기 연상된다며…
'신라 기와' 본뜬 수원 차광막은 日왕실 상징과 비슷하다며 민원

"일본 욱일기 논란이 무서워서 앞으로 태양을 형상화한 상징물은 못 쓰겠다."(제주시청 관계자)

최근 확산 중인 반일(反日) 운동의 불똥이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으로 튀고 있다.

제주시청에는 최근 연북로 상에 있는 길이 40m짜리 '연북6교(橋)' 위 햇살 모양 조형물을 교체해달라는 민원이 여러 건 접수됐다. 이 교량 난간은 여러 개의 현무암 기둥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장식이다. 교량 중간의 반원(半圓) 조형물을 중심으로 흰색 대리석을 이용해 햇살이 퍼지는 모습을 묘사했는데, 이것이 일제(日帝)의 욱일승천기를 연상시킨다는 민원이 제기된 것이다.

제주시 연북로에 있는 연북 6교 위 햇살 모양의 조형물. 제주시청에는 최근 이 조형물이 일제(日帝) 욱일승천기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 교체 민원이 잇따른다. 제주시는 이 조형물이 “제주도 화산지형으로 유명한 ‘오름’ 위에 번지는 아침 햇살을 묘사했다”는 입장이다.
제주시 연북로에 있는 연북 6교 위 햇살 모양의 조형물. 제주시청에는 최근 이 조형물이 일제(日帝) 욱일승천기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 교체 민원이 잇따른다. 제주시는 이 조형물이 “제주도 화산지형으로 유명한 ‘오름’ 위에 번지는 아침 햇살을 묘사했다”는 입장이다. /제주시
제주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12년 설치 당시 지역 대학 디자인학과 교수들의 조언을 받아 제주도 화산지형으로 유명한 '오름' 위로 번지는 아침 햇살을 묘사했다는 것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햇살 모양만 떼어내자니 흉물스럽고, 전체 조형물을 바꾸자니 예산이 없다"고 했다.

비슷한 민원은 지난 18일 경기 수원시에도 들어왔다. 시(市)가 2016년 8월 미나리시장 상인들을 위해 1억여원을 들여 점포들 앞에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차광막을 설치했는데, 차광막 끝에 붙은 '꽃문양'에 대해 "일본 왕실 상징물인 국화이므로 바꾸라"는 민원이었다. 수원시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 이 민원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꽃문양 장식을 포함한 차광막 전체가 통일신라시대 '처마 끝 장식 기와'(와당)를 본떠 만든 우리 고유의 것이란 게 전문가 견해다. 당장 인터넷만 검색해도 16개 꽃잎의 국화를 쓴 통일신라 와당이 나온다"며 "일본풍이라 기분 나쁘단 이유만으로 교체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염태영 수원시장은 24일 "시청에서 사용하는 일제 복사기를 국산 제품으로 교체를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경기 수원시 미나리시장 점포와 그 위에 설치된 차광막. 수원시에는 최근 이 차광막에 붙은 꽃잎 모양의 장식물을 모조리 교체해 달라는 민원이 들어왔다.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꽃 문장(紋章)과 모양이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수원시는 이 장식물이 통일신라의 꽃무늬 전통 기와(왼쪽 위 사진)를 본떠 만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기 수원시 미나리시장 점포와 그 위에 설치된 차광막. 수원시에는 최근 이 차광막에 붙은 꽃잎 모양의 장식물을 모조리 교체해 달라는 민원이 들어왔다.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꽃 문장(紋章)과 모양이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수원시는 이 장식물이 통일신라의 꽃무늬 전통 기와(왼쪽 위 사진)를 본떠 만든 것이라는 입장이다. /수원시·뉴시스
대구에서는 이런 논란을 원천 차단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는 자유한국당 김병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구시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 사용 제한 조례안'을 지난 22일 심사했다. 결과는 '유보'. 사유는 '일제 상징물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부산시는 24일 일본 지자체 등과 진행하던 39개 교류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국장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1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행사 상당수가 민간과 연관된 사업이고 다른 시·도와 협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업에는 소비자·근로자 보이콧 행렬

기업도 반일운동 타깃이다. 민노총 택배노조는 24일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 제품의 배송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택배 기사들이 유니클로 제품 박스를 확인하면 '배송 거부' 표시를 해서 반송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택배 기사 5만여 명 가운데 배송 거부에 참여하는 택배 노조원은 900여 명(1.8%)으로 알려져 있다.

민노총 마트노조는 이날 서울역 롯데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고객들에게 일본 제품을 안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시민 한모(52)씨는 "마트에서 일본 제품이 어디 있는지 묻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고 했다.

롯데제과는 밝히고 싶지 않은 사실을 고백했다. "일본산 쌀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입장문을 22일 홈페이지에 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산을 사용한다"고 했다. 쌀과자 '쌀로별' 포장지에 '외국산'으로만 표기한 쌀의 원산지가 일본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불매운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햇반'에 원전(原電) 사고가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산 '미강추출물(쌀뜨물)'이 사용된다는 소문이 떠돌자 즉각 해명에 나섰다. "햇반 쌀은 100% 국내산만 사용하고, 원료의 0.1%에 불과한 미강추출물이 일본산이지만, 후쿠시마와 800㎞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했다.

이커머스 업계 1위 쿠팡도 불매 대상 기업으로 찍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본으로 귀화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만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쿠팡에 거액(약 3조6000억원)을 투자했고, 외국 임원에게 거액의 급여를 주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맘 카페'를 중심으로 회원 탈퇴 운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손 회장 측 지분이 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등 다른 외국 자본 지분이다.

23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한 상인(가운데)이 자신의 은색 렉서스 차량을 쇠파이프로 부수고 있다. 상인은 “일본에 강한 불매운동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23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한 상인(가운데)이 자신의 은색 렉서스 차량을 쇠파이프로 부수고 있다. 상인은 “일본에 강한 불매운동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온라인에선 '제품 바코드'와 관련한 유언비어도 떠돈다. 바코드가 45 또는 49로 시작되면 무조건 일본산이라는 것이다. 맘 카페 등에선 "섬유유연제 '다우니'의 바코드가 49로 시작한다"는 글이 올랐다. 다우니 수입사인 한국P&G 측은 "섬유유연제는 베트남, 향기 부스터는 중국에서 생산된다"며 "일본과 연관이 있거나 로열티를 지불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천에서는 23일 구월문화로의 한 상인이 8년간 타던 렉서스 승용차를 직접 부순 뒤 거리에 전시했다. 상인회 이종우 회장은 "(퍼포먼스가) 과하다는 여론도 있어 이번 주 내에 차를 치울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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