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588 사라진 자리… '문화공간' 청량리620이 채운다

조선일보
입력 2019.07.24 03:00

집창촌·쪽방·여인숙 리모델링… 2023년까지 '여행자 마을' 조성
옛 정취 살린 도심 명소 추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옛 집창촌(옛 청량리 588) 일부 지역이 원형으로 보존된다. 병원 기숙사, 쪽방, 여인숙, 성매매 업소 등으로 쓰였던 건물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청량리 620 부지
서울시는 아파트 공사 등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청량리 4구역(약 4만㎡)의 골목 일부를 남겨 '청량리620'(3160㎡)이라는 문화·역사 공간으로 조성해 일반에 개방한다고 23일 밝혔다. 완공은 오는 2023년쯤이다. '청량리 620'은 일대를 통칭하는 '청량리'에 동네 지번인 전농동 620번지를 합해 만든 이름이다.

'청량리 620' 구역에는 현재 콘크리트 건물 3채와 목조 건물 11채가 남아 있다. 설계를 맡은 오우재 건축사무소에 따르면 이 중 목조건물 한 채는 한때 성매매 업소가 입주해 있었다. 쪽방, 여인숙, 청량리 성바오로병원(폐원) 기숙사 등으로 쓰인 건물도 있다. 서울시는 이 건물들을 리모델링하고, 건물을 새로 한 채 더 세워 총 15개 건물로 '청량리 620'을 조성할 예정이다. 시로부터 공간 조성 사업을 위탁받은 건축·문화 전문가들이 구상하는 '청량리 620'은 '여행자 마을'이다.

과거 서민들이 살았던 한옥 여인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옛 정취를 살린 식당과 카페, 주점 등을 들이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청량리 620' 조성 사업의 총괄계획가인 주대관 문화도시연구소 대표는 "옛 청량리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여행자들의 공간으로 꾸미되, 민간 사업자들도 참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역전(驛前) 풍경을 살렸다는 점 때문에 '청량리 620'이 도쿄의 관광 명소 중 하나인 신주쿠역 주변 골목 '골든가이' 같은 도심 명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도쿄의 대표적 유흥가인 신주쿠 가부키초 인근의 골목인 골든가이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집창촌이었으나, 지금은 당시 분위기를 간직한 술집 200여 곳이 밀집해 있다. 옛 도쿄 정취를 느끼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은 일본 만화 '심야식당'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청량리 일부 주민은 시의 보존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청량리 4구역 정비 사업 추진위의 한 주민은 "청량리 588 이미지를 재개발을 통해 털어내려고 하는데, 왜 흔적을 남긴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청량리 620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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