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등으로 만성질환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는 2014년 555만명에서 지난해 628만명으로, 당뇨병 환자는 241만명에서 303만명으로 늘어났다. 고지혈증 환자도 지난해 200만명을 넘어섰다. 원격 모니터링은 만성질환 환자들이 혈당·혈압 등 자기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게 한다. 해외 의료계가 원격 모니터링을 활발하게 시도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이미 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9개 나라 연구팀은 2010~2013년 '리뉴잉 헬스(Renewing Health·건강 갱신)'라는 이름으로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 대상 원격 의료 시범 사업을 벌인 뒤, "환자가 자기 몸의 수치를 잘 관리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자신의 혈당·혈압을 기록하도록 하고, 수치가 높아지면 '위험하다'고 알림이 뜨게 하는 것만으로도 환자가 좀 더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지금 당장에라도 우리나라 병원이 비슷한 서비스를 못할 이유가 없다. 앱도 여러 개 나와 있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김은기 교수팀은 당뇨병 환자 172명을 스마트폰 혈당관리 앱을 사용한 그룹과 그러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비교한 뒤 "앱을 사용한 그룹이 경과가 더 좋았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인 원격 모니터링은 어려운 상황이다. 앱을 보고 환자에게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 시간을 늘리고 약을 빼먹지 말고 드시라"는 식으로 충고했다간, 자칫 원격 의료를 금지한 현행 의료법에 어긋날 수 있어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원격 모니터링 확산을 막는 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