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규직化 갈등엔 침묵한 고용부 보도자료

입력 2019.07.24 03:03

곽창렬 사회정책부 기자
곽창렬 사회정책부 기자
23일 고용노동부가 A4 용지 7장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시작된 정부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약속을 90% 지켰다고 했다. 2020년까지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는데 18만4726명(90.1%)이 전환됐거나 곧 전환된다고 했다. 고용부는 "정규직 전환 후 복리후생비를 월 20만원 이상 더 받게 됐고, 평균 연봉도 2393만원에서 2783만원으로 16% 정도 올랐다"고 했다. 보도자료만 보면 우리나라 노동 현장은 장밋빛이다.

고용부는 "정규직 전환으로 처우가 개선됐다"고 했다. 바람직한 일이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이 있을 리 없다. 공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 작년 10월 기획재정부는 재무 관리 대상 39개 공공기관 부채가 2017년 472조원 정도에서 2022년 539조원으로 66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기업 수익이 떨어지고 부채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가 인건비다. 그리고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대대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다.

게다가 이날 보도자료에는 지난 2년간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벌어진 사회적 갈등은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에 찾아가 '비정규직 제로(0)' 선언을 했던 인천공항공사에서는 정규직 전환 방식을 둘러싸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마찰을 빚고 있다. 당초 인천공항 노사는 문 대통령 방문 이전 입사한 비정규직은 곧장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그 이후 입사한 3000여명은 일반 취업 준비생들과 '경쟁 채용'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하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민노총이 "전원 조건 없이 전환하라"고 요구하면서 합의가 깨졌다. 지난해 12월 민노총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3개월 뒤 한국노총도 50m 떨어진 곳에 천막을 쳤다. 두 천막은 인천공항 이용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흉물이 됐다. 이런 일들은 고용부 보도자료에는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그런다고 없는 일이 되지 않는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