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AI학부, 내년부터 신입생 뽑아요

조선일보
입력 2019.07.24 03:00

[대학 총장, 미래를 말한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

"앞으로 인공지능(AI)이 모든 산업과 학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린 너무 많이 늦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숨 가쁘게 혁명이 펼쳐지고 있는데 낮잠만 자고 있는 겁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앞으로 AI를 모르는 사람이 문맹(文盲)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천대는 내년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하고 신입생 50명을 뽑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을 국내 최고·최초 AI 전문가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부 과정에서 인공지능학과를 설립하는 건 가천대가 처음이다. 석·박사 과정으로 올해 9월부터 고려대·성균관대·카이스트가 AI대학원을 처음 개설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앞으로 AI를 모르면 문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앞으로 AI를 모르면 문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학교는 내년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해 신입생 50명을 뽑는다. /조인원 기자
이 총장은 "AI 활용 능력을 빼면 미래 경쟁력을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라며 "AI를 가르친다는 건 미래 사회의 낙오자가 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내년부터는 모든 신입생이 AI 교양 과목을 최소 1과목씩 듣고 졸업하도록 하는 게 이 총장의 계획이다. 이미 가천대는 모든 학생이 졸업 전 소프트웨어 교양 과목을 필수 교양으로 2개 이상 듣도록 하고 있다.

가천대가 국내 최초 AI학과 개설에 나선 건 이 대학의 역사와 관련 깊다. 경원대·경원전문대·가천의대·가천길대학 등 4개 대학이 합쳐져 2012년 설립된 가천대는 2002년 경원대 시절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소프트웨어 단과대(현 IT융합대)'를 신설했다. 2010년엔 소프트웨어학과를 만들고 2016년 길병원에 국내 최초로 AI 의사 '왓슨'을 도입하는 등 IT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섰다. '모든 시민이 소프트웨어를 알아야 산다'며 2016년부터 매년 성남·인천 시민 1만명을 상대로 무료 소프트웨어 강의도 한다. 판교 테크노밸리 기업들과 산학 협력 등을 맺고 매년 소프트웨어학과 학생들 90% 이상을 취업시키고 있다.

내년도 AI학과에 들어올 신입생들은 1~2학년 때 코딩과 기계어 등 소프트웨어의 기초를 배우고, 3~4학년 올라가서는 딥러닝·기계학습 등 AI 심화 과목을 이수하게 된다. 이 총장은 "우리 대학을 시작으로 많은 대학이 속속 AI학과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AI를 제대로 가르칠 전문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에 이 총장은 "기존 소프트웨어학과 교수진 가운데 AI를 전공한 교수 5명을 AI학과에 충원했고, 올해 최대 10명의 AI 전문가를 새롭게 모실 계획"이라고 했다.

이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대학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했다. 기계와 인간이 경쟁하는 시대, 대학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키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학생을 가르치는 대학이 아니라 학생이 '배우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대학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올해부터 신입생 전원이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무박 2일 '창의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밤새 고민하고, 상상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의료 법인을 세운 한국 최초 여의사, 첫 여성 서울 의대 동창회장…. 2000년 경원대 총장을 시작으로 20년째 대학 총장을 지내고 있는 이 총장은 하지만 "20년 후엔 20여만명만 대학에 가는 시대가 된다"며 "외형적 성장보다 다른 대학과 구별되는 내실 있는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 총장들이 종종 '리더십의 비결이 뭐냐'고 묻는데 항상 이렇게 말해요. '제자들의 장래만 봐라. 자식처럼 제자도 눈에 넣어 아프지 않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들이 잘살아갈 수 있을지, 그 아이들을 위한 일은 무엇인지만 생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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