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351] 커넥톰의 함정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9.07.24 03:12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최근 흥미로운 논문 한 편이 소개되었다. 처음으로 'C. elegans', 그러니까 '예쁜꼬마선충' 수컷과 자웅동체의 '커넥톰'을 동시에 판독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커넥톰이란 무엇인가? 생명체 유전자 전체를 '게놈'이라 부르듯, 커넥톰은 신경세포 연결성의 종합 지도를 표현한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대부분 썩은 식물체에서 서식하고 투명한 몸을 가진, 그런 미개한 선형동물의 신경회로망 판독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걸까?

우리는 여전히 뇌 기능의 완벽한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1000억 개 정도로 측정되는 뉴런과 100조 개가 넘는 신경세포 간의 연결 고리로 구성된 거대한 회로망을 통해 '뇌'라는 컴퓨터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행복한 기억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 그리고 '나'라는 자아 모두 커넥톰 덕분에 가능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너무나 복잡하다. 100조 개가 넘는 연결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여전히 불가능하다. 예쁜꼬마선충이 필요한 이유다. C. elegans의 신경계는 오직 302개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먹이를 찾고, 소화하고, 위험 요소를 피하고…. 모든 행동이 302개 신경세포 간의 연결성만을 기반으로 한다면, 커넥톰을 통해 적어도 C. elegans 뇌의 작동 원리는 이제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커넥톰의 함정'을 고려해야 한다. 커넥톰은 신경회로망 구조의 조직적 지도일 뿐, 뇌기능 그 자체는 인코딩하지 않고 있다. 반도체 회로 다이어그램을 완벽히 구현한다 해도 컴퓨터 작동 원리를 여전히 이해할 수 없듯이 말이다. 반도체 회로망이라는 하드웨어 구조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코드와 알고리즘 역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뇌도 비슷하다. 커넥톰은 뇌 기능 이해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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