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하늘 휘젓는 중·러, 그 틈 타 독도 건드리는 일본

조선일보
입력 2019.07.24 03:20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어제 합동으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고 러시아 군용기는 우리 영공(領空)까지 침범했다. 외국 군용기의 영공 침범은 처음이라고 한다. 합참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 각 2대는 3시간 12분 동안 남해와 동해 KADIZ를 헤집고 다녔다. 이와 별도로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1대는 경고사격을 받고 이탈했다 21분 뒤 다시 진입했다. 중·러 폭격기가 편대를 이뤄 KADIZ에 들어오고,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영공 재진입을 한 것으로 볼 때 실수가 아니라 계획된 도발이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패권 쟁탈전을 벌이는 중국, 역내 영향력 증대를 모색하는 러시아는 한반도와 주변 해역을 자신들의 영향권 아래 두겠다는 장기적인 목표 아래 주요 변곡점마다 KADIZ 무단 진입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8차례 사전 통보 없이 KADIZ에 진입했다. 러시아는 하루에 4차례 KADIZ를 침범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중·러의 반복되는 횡포에 형식적인 항의만 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 5월 러시아 군용기의 진입은 언론에 공개조차 안 해 일본 발표로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미온적인 대응이 영공까지 위협받는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중·러가 흔들리는 한·미·일 삼각 안보 체제의 대응을 시험해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중에서 한국을 만만한 약한 고리로 보고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이런 마당에 일본은 이날 우리 군의 경고사격과 관련, "일본 영토에서의 이러한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독도 영유권'까지 다시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간접 공유하고 있는 일본은 중·러의 팽창 야욕에 함께 맞서야 할 처지다. 그런데도 한국이 위협받는 틈을 자기 이해관계를 챙기는 데 활용한 셈이다. 아무리 우리와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해도 야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이 하나같이 우리를 우습게 보고 시험 삼아 건드려 보고 있다. 요란했던 '판문점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실무협상을 외면하면서 북핵 폐기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김정은은 SLBM 3발 탑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 시찰로 '핵보유국'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북을 압박·억제해야 할 한·미 동맹은 대북 제재 등을 둘러싼 불신(不信)으로 예전 같지 않다. 우리 군은 평화 무드에 취해 한·미 훈련을 축소한 것도 모자라 북이 문제 삼자 훈련 명칭마저 바꾸려 한다. 중·러의 이번 도발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거기에 맞설 준비가 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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