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정권 실세 겨누고 진보세력 수사한 검사장들, 줄줄이 사표…윤석열發 물갈이 본격화?

입력 2019.07.23 17:08

왼쪽부터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 차경환 수원지검장,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대검찰청
왼쪽부터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 차경환 수원지검장,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대검찰청
오는 25일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신임 검찰총장 취임을 앞두고 현 정권을 상대로 칼끝을 겨눴거나 전(前) 정권 때 중용됐던 검사장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 주목받는 것은 한찬식(51·21기) 서울동부지검장과 차경환(50·22기) 수원지검장, 권익환(52·22기) 서울남부지검장 등이다. 당초 윤 신임 총장의 청문회를 전후로 선배인 사법연수원 21~22기 검사장들도 검찰에 남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검찰의 기수문화를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도 이런 예상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윤 신임 총장의 취임이 다가오며 고검장 승진이 유력했던 검사장급 간부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윤 신임총장 임명을 계기로 검찰 물갈이가 본격화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3일 사의를 표명한 한 지검장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전(前) 정권이 아닌 ‘살아있는 권력’인 문재인 정부를 향한 첫 수사였다. 서울동부지검은 전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교체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송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고(故)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일가가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2억 9200만원을 받아 총선 출마 등 정치활동에 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이날 함께 사의를 밝힌 차 지검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수원지검 2차장으로 근무하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내란음모 사건’의 수사를 지휘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 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9년을 확정받았다. 차 지검장은 2015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46세로, ‘최연소 검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검찰 내 대표적 기획통으로 꼽힌 차 지검장은 대검 정책기획과장과 법무부 대변인·정책기획단장·인권국장 등을 차례로 거쳤다. 검사장 승진 이후에는 서울고검 차장과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으로 근무했다. 차 지검장의 장인은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이다.

앞선 지난 15일 사의를 표명한 권 지검장은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를 이끌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 선대본부 홍보본부장을 맡았고,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손 의원은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당적을 내려놨다. 검찰은 지난달 손 의원을 부패방지법,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내부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검사장들이 잇달아 옷을 벗자 일선 검사들은 동요하는 분위기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당연히 고검장까지 승진할 줄 알았던 분들"이라며 "믿고 따랐던 후배가 많았는데 갑자기 나가니 다들 상심이 크다"고 했다. 또다른 부장검사는 "공교롭게도 현 정권과 불편한 관계를 맺었던 분들이 모두 나가게 됐다"며 "특히 한 지검장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를 하면서 안팎으로 압박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한 지검장과 차 지검장의 사의 표명으로 윤 신임 총장의 선배 기수 13명이 검찰을 떠나게 됐다. 전임 문무일(58·18기) 검찰총장과 신임 총장 간 기수 차이가 다섯 단계나 나는 데 따른 후폭풍이다. 검찰 또는 법무부에 남은 고위 간부 중 윤 신임 총장의 선배는 9명으로 이 중에서도 추가 사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은 검사장급 위주로 사표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차장·부장검사와 평검사 인사가 이어지면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며 "기수파괴 등 현 정부의 검찰개혁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는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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