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179일만에 보석 석방

조선일보
입력 2019.07.23 03:00

법원, 3월 보석신청 기각해놓고 구속 만료 다가오자 직권 결정…
주거 제한·보증금 3억 등 조건 양 前대법원장이 받아들여

22일 오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을 허가받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2일 오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을 허가받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고운호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22일 법원의 직권 보석(保釋) 결정으로 석방됐다. 지난 1월 24일 구속된 지 179일 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다음 달 11일 0시 1심 구속 기간(최장 6개월)이 만료돼 사실상 석방이 예정돼 있었다. 재판 진행 속도로 볼 때 그때까지 재판을 끝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속 기간 만료 석방에는 여러 제한 조건을 달 수 없다.

하지만 법원은 이날 직권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을 결정하면서 주거지 제한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이 때문에 재판부가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하는 데 따른 여론 비판을 의식해 먼저 보석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은 지난 3월엔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었다. 한 변호사는 "같은 재판부가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데 이렇게 판단을 달리한 데는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 보석 결정을 내리면서 제한 조건을 달았다. ▲성남 자택으로 주거지 제한 ▲재판 관계자 접견·연락 금지 ▲보증금 3억원 납입 ▲3일 이상 여행·출국 시 사전 신고 등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변호인 측과 상의 끝에 이런 조건부 보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애초 조건부 직권 보석은 거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 결정에 항고하거나 보석금 납입을 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이미 6개월 가까이 구속돼 체력이 떨어진 상태여서 재판부 뜻을 따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측은 "구속 피고인의 경우 구속 기간 만료가 다가오면 직권 보석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 출석을 안 하는 경우가 있고 피해자를 만나 진술을 조작할 수도 있어 조건을 부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재판 편의를 위해 보석 결정을 한 것"이란 말도 나온다. 지난 3월 양 전 대법원장 측의 보석 신청은 기각했다가 이번에는 양 전 대법원장 측이 구속 기간을 모두 채워 석방되길 희망하는데도 굳이 직권 보석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난 3월 구속 기간 만료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재판부가 각종 조건을 붙인 보석을 허가했지만, 당시 보석은 이 전 대통령 측이 신청한 것이었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를 나온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재진에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이니까 신병 관계가 어떻게 됐든 제가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며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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