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경찰 피의사실 공표 사건 계속 수사하라"...큰 파장 부를 듯

입력 2019.07.22 18:58 | 수정 2019.07.22 22:52

 /조선일보DB
/조선일보DB
대검찰청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위원장 양창수 전 대법관)는 검찰이 ‘경찰관 피의사실 공표 사건’ 수사를 계속 하는 것이 맞는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경찰 뿐 아니라 검찰의 오랜 관행이자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심의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울산지검이 수사 중인 '경찰관 피의사실 공표 사건'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라'고 결론 내렸다. 울산지검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수사 계속 여부를 심의한 심의위는 입건된 경찰관 2명에게 적용된 피의사실 공표 혐의가 부당하지 않다고 보고 수사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 1월 ‘면허 없이 약국에서 약을 지어준 여성을 구속했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울산지검은 이 여성이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경찰이 기소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며 지난 6월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 2명을 입건해 수사했다. 형법은 기소 전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은 "가짜 약사로 인한 추가 피해를 예방한다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공보준칙에 따라 상부 승인을 받고 자료를 낸 것"이라고 했다. 또 일각에선 "그동안 검찰도 피의사실 공표를 수없이 했으면서 경찰만 걸고 넘어지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과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이 깔려 있다는 말도 나온다. 2016년 경찰이 압수한 고래고기를 검찰이 일방적으로 유통업자에게 돌려주자 동물구호단체가 이를 고발했고, 경찰이 담당 검사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울산 검경은 2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검찰이 입건한 경찰관 두 명 모두 당시 사건을 맡은 경찰관이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수사 대상이 된 경찰관의 변호인이 울산지검 산하 검찰시민위원회에 이 사건을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에 올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수사 개시와 진행, 구속영장 청구 등 검찰권을 행사하는 의사결정 단계마다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기구다.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의 인사로 구성된 200여명의 위원 중 15명을 추첨으로 선정해 회의를 연다.

이날 심의위 결정에 따라 울산지검은 수사를 계속한 뒤 해당 경찰 두 명을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 사문화된 형벌조항인 피의사실공표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경찰이 그간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나설 경우 검경 갈등은 물론 파장은 겉잡을 수 없을만큼 커질 수 있다. 실제 경찰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사건 수사가 계속될 경우를 대비해 검찰의 과거 피의사실 공표 사례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의사실 공표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검찰의 ‘적폐 청산' 수사에서 노골적이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서는 비공개 자료인 법원행정처 내부 자료가 그대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대검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조사과정에서도 여러차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법조계에선 "조사기간 연장, 재조사 권고 등을 하기 위해 미리 조사내용을 흘려 여론을 조성하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한편 이번 사건이 피의사실 공표를 방패삼아 언론의 취재 자유와 국민 알권리를 막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수사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은 지난 7월 발간한 ‘피의사실공표죄 연구’에서 "기소 전은 물론 기소 후에도 재판 확정 전에 피의사실을 보도하면 수사나 재판 종사자는 물론 언론사와 기자조차 법정모독죄로 엄벌하는 영국 사례가 있는 만큼 이제 피의사실 공표의 위법성 조각 사유는 엄격하고 좁게 해석돼야 한다"고 적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