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폭주하는 조국… 그 뒤에 숨은 속셈

입력 2019.07.22 18:01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왜 이러는 걸까. 조선일보는 지난 9일간 그가 내보낸 반일(反日) 메시지가 무려 42건이라고 했고, 중앙일보는 최근 나흘 동안 17건이라고 했다. 어느 쪽이든 조국 수석은 하루 4건~5건, 페이스북에 반일 메시지를 쏟아놓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국 수석은 지난 13일 민중봉기를 부추기는 노래 "‘죽창가’를 잊고 있었다"며 선전 선동을 본격화했다. 18일엔 "‘좌냐 우냐’가 아닌 ‘애국(愛國)이냐 이적(利敵)이냐’ 이다"라고 했다. 20일엔 "일제 징용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면 친일파"라고 했다. 21일엔 "문재인 정부는 서희와 이순신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싸워야 하고, 또 이겨야 한다 (…) 쫄지 말자"고 했다.

우리는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가장 과격한 대통령궁 대변인 겸직 민정수석’을 보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의 공식 대변인과 국민소통 수석은 아예 뒷전이다. 조국 수석이 트윗 정치로 트럼프 흉내를 낸다는 말도 듣는다. 중앙일보 사설은 심지어 "전체주의의 ‘역(逆)부활’이 느껴진다면 지나친 말일까" 하고 비판했다. 현 집권 세력이 가장 경계할 것으로 여겨졌던 전체주의가 부활하는 기미마저 보인다면, "‘한국의 괴벨스’가 느껴진다"는 뜻이다.

몇 가지 자세히 분석해보겠다. 먼저 "애국이냐 이적이냐", 이 발언은 명백한 편 가르기다. 이 길이냐 저 길이냐 갈림길에 서 있다는 상황 인식을 국민에게 강제적으로 주입하면서 무조건 한쪽 길을 선택하라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조국 수석이 ‘애국이냐 이적이냐’를 말했던 18일, 그날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5당 대표와 청와대에서 만나 초당적 협력을 다짐한 공동선언문을 냈다. 문 대통령은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그날 조국 수석은 ‘편 가르기’를 하고 있는, 정말 어이없는 이율배반과 자가당착의 상황을 청와대는 노정하고 있는 것이다.

조 수석의 발언을 놓고 한 신문은 ‘감정적 반일을 선동하고, 정부 비판 세력을 친일로 낙인찍으며, 국민을 편 가르는 내용’이라고 정리했다. 그런데 조 수석은 "쫄지 말자"는 말까지 했다. 철없는 10대 아이들처럼 막말 선동까지 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극우 세력도 하기 힘든 얘기를 중학생 수준의 B급 어법까지 써가며 마구잡이로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김광일의입’은 ‘쫄지 말자’는 조 수석의 말에서 혹시라도 우리 청와대가 "지금 진짜 쫄고 있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저런 말이 나온 것은 아닌지 걱정 반(半) 의심 반(半) 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인사검증에서 역대 최악의 무능함을 드러낸 조국 수석을 마치 대변자나 계승자라도 되는 듯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가 뭘까. 청와대나 집권당에서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대통령의 ‘암묵적 동의’가 있다고 봐야 할 텐데 문 대통령의 속셈은 무엇일까. ‘김광일의 입’은 두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청와대는 아홉 달 남은 총선 전략을 여당에 대한 ‘경제 실정(失政) 심판론’에서 ‘야당에 대한 친일 심판론’으로 프레임을 다시 짜려는 것이다. 애초엔 총선 앞두고 김정은을 서울로 불러들이는 ‘대북 이슈’로 선거 전략을 세웠으나 남북·미북 회동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너무 많은 변수가 돌출했다. 그런데 뜻밖에 ‘친일이냐 반일이냐’는 감정적 단순 구도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일본 카드가 생긴 것이다. 잘 만 하면 ‘여당 심판론’에서 ‘야당 심판론’으로 옮아갈 찬스가 생긴 것이다.

둘째, 그러나 반일 카드를 잘못 쓰면 역풍을 맞게 된다. 청와대와 여당의 속셈은 역풍이 거세게 몰아칠 때 본인의 선거 운동 겸 ‘총선 잔 다르크’로 나섰던 조국 수석이 역풍을 뒤집어쓰는 범퍼 역할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플랜B의 상황에서는 문 대통령 대신 조국 수석이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국내 대표적 진보 지식인이라는 김규항 칼럼니스조차 어제 이렇게 말했다. "조국의 ‘애국과 매국’ 발언은 그의 현재 이념, ‘개인의 존중’이라는 자유주의의 기본조차 팽개치는 자기 모독의 개소리일 뿐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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