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日외상의 도발과 무례...남관표 주일대사 말 자르고 언성 높이며 "무례한 제안 그만하라"

입력 2019.07.19 11:39 | 수정 2019.07.19 15:15

 일본 정부가 자국이 한국에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의 설치 시한(18일)까지 한국이 답변하지 않았다며 19일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오른쪽)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자국이 한국에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의 설치 시한(18일)까지 한국이 답변하지 않았다며 19일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오른쪽)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19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논의하자며 자신들이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에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은 데 대해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들여 항의했다. 고노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이 과정에서 남 대사의 말을 자르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남 대사는 부임 전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냈다. 현 정권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물을 상대로 고노 외상이 이같이 행동한 것은 외교적 무례이자 지금의 한·일 갈등 수위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란 지적이 나온다.

◇고노, 남관표 대사 말 자르며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 또 하는 건 엄청난 무례"

고노 외상은 이날 오전 10시 10분쯤 남관표 대사를 도쿄 외무성 청사로 초치(招致·불러들여 항의함)했다. 일본 정부가 징용배상 판결과 관련해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한 것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배상 확정판결을 내린 작년 10월 30일과 11월 29일에 이어 세번째다. 고노 외상은 남 대사에게 일본 측이 정한 제3국 의뢰 방식의 중재위 설치 요구 시한(18일)까지 한국 정부가 답변을 하지 않은 것에 "매우 유감"이라며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특히 고노 외상은 남 대사 발언 도중 한국 측 통역에게 "잠시만 기다려라"고 말을 자르며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남 대사가 한·일 기업이 기금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안을 염두에 두고 "더 나은 해결책 마련을 위해 지혜를 모아가길 바란다"고 하는 대목에서 고노 외상은 말을 자르며 "한국 측 제안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해결 방법이 될 수 없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전에 한국에 전했음에도 이걸 모르는 척 하면서 다시 제안하는 건 엄청난 무례"라고 언성을 높였다. 고노 외상은 "구(舊) 조선반도 노동자 문제가 마치 다른 문제와 관련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그만하라"고 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때문에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것이란 한국 정부 내 기류에 반발한 것이다.

◇고노의 '외교적 무례', 국·내외 선전 효과 노린 듯

한 나라의 외교장관이 다른 나라 특명전권대사의 말을 자르고 언성을 높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고노 외상의 이런 외교적 무례는 최근 한·일 갈등 국면에서 일본 정부의 정당성을 대내외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적 행동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노 외상은 이날 "한국이 하고 있는 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를 근본으로부터 뒤집는 것"이라고도 했다. 아시아 지역의 2차 대전은 1952년 발효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의해 청산됐는데, 당시 일본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일본에) 점령됐거나 손해를 입은 승전국"에 한정됐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배상권은 '전쟁 배상'이지 '식민지 배상'이 아니어서 한국에 부여한 권리는 재정·민사적 채권을 변제받는 재산청구권에 국한됐고, 이 문제는 한·일협정으로 끝났다는 국제법적 논리를 부각시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내적으로도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리고 남 대사에게 외교적 결례를 넘어 무례에 가까운 강경 대응을 의도적으로 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나온 뒤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모든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기업에 판결을 이행하지 못하도록 해 왔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청구권 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절차로 '외교 경로를 통한 협의', '양국이 지정한 위원 중심의 중재위 구성', '제3국 중재위 구성' 등 한·일 청구권협정에 명시된 조정 절차를 차례로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점과 협정 상 외교적 협의를 시작도 안했는데 중재위를 가동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일본 측 요구를 거부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