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자는 창업 아파트… 5000명이 제2의 샤오미 꿈꾼다

조선일보
  • 베이징(중국)=이소영 탐험대원
  • 취재 동행=신수지 기자
    입력 2019.07.19 03:01 | 수정 2019.07.19 07:07

    [청년 미래탐험대 100] [28] 공유 주거·창업공간 中 '유플러스'
    스타트업에 관심 많은 20세 이소영씨

    중국판 실리콘밸리 중관춘(中關村)에 있는 청년 창업 아파트 '유플러스(YOU+)' 베이징(北京)점. 현관에 들어서자 이곳에 투자한 기업인과 유플러스 출신 스타트업 창업자 사인이 빼곡한 '창업자의 벽'과 마주쳤다. 직원 류쯔하오(劉子豪)가 벽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한가운데에 있는 게 바로 샤오미(小米) 창업자 레이쥔(雷軍) 서명이에요. 레이쥔 회장은 지난 2014년 자신이 설립한 투자회사 순웨이(順爲)펀드를 통해 유플러스에 1억위안(약 170억원)을 투자했지요."

    유플러스는 청년의 주거와 창업을 동시에 지원하는 공유 주거·창업 공간이다. 2012년 사업가 류양(劉洋·45)이 만들었다. 중국은 세계에서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중 48%인 205개가 중국에 있다. 시장경제 후발 주자인 중국이 스타트업 천국이 된 비결이 궁금했다. 이달 초 3일에 걸쳐 유플러스를 찾아 중국 청년 창업자들을 관찰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함께 살면서 창업한다

    유플러스(중국 이름은 국제청년공우)는 밖에서 보기엔 대학 기숙사 같은 모습이었다. 실제로 학교 건물을 고쳐 만든 유플러스 베이징점은 4개 동, 7개 층, 398세대(500여명)로 이뤄져 있다. 9개 도시에서 비슷한 아파트 22개를 운영한다. 이들에겐 출퇴근이 없다. 생활 자체가 창업이고 창업이 곧 인생이다. 유플러스를 통해서만 5000명이 넘는 중국 청년이 창업 생태계에 들어와 산다니, 아찔했다. 이용자가 200만명인 온라인 과외 플랫폼 '싼하오왕(三好網)', 무인 편의점 업체 '샤오마이(小麥)' 등 수많은 성공적 스타트업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지금까지 5만명이 이곳을 거쳐갔다.

    위 사진은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청년 창업 아파트 ‘유플러스(YOU+)’ 단지의 전경. 노란 컨테이너는 24시간 운영되는 무인 편의점으로 유플러스 출신 스타트업 ‘샤오마이(小麥)’가 만들었다. 아래는 유플러스 건물 1층에 있는 공동 작업 공간. 침구 회사 ‘거사우품(居舍優品)’을 창업한 주거자들이 모여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위 사진은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청년 창업 아파트 ‘유플러스(YOU+)’ 단지의 전경. 노란 컨테이너는 24시간 운영되는 무인 편의점으로 유플러스 출신 스타트업 ‘샤오마이(小麥)’가 만들었다. 아래는 유플러스 건물 1층에 있는 공동 작업 공간. 침구 회사 ‘거사우품(居舍優品)’을 창업한 주거자들이 모여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신수지 기자
    나는 일단 유플러스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나와 비슷한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생)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올해 3월에 유플러스에 들어왔다는 량쩌위(樑澤宇·23)씨는 유플러스에서 처음 만난 20대 거주자 2명과 함께 젊은이용 침구 회사 거사우품(居舍優品)을 창업했다. "활력 있는 20대에 사회를 위한 가치를 창조하고 싶었다. 일단 유플러스에 입주했고 동료 2명을 만나 회사를 세웠다. 침구 아이디어는 이들과 밥 먹다 떠올랐다."

    창업자가 아이디어를 소개하면 다른 거주자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찾는 '비판 회의'는 유플러스만의 독특한 문화다. 유플러스에서 만난 청년들은 '생판 남'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꼽았다. 법대 출신으로 '방 탈출 카페'(추리 문제를 풀며 즐기는 카페)를 창업한 거주자 첸이(錢奕)씨는 "내가 모르던 세상, 완전히 다른 주변인들이 모인 것이 참 재밌다. 친구들이 내게 엄청나게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줘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라고 했다.

    ◇"고품질 인적 자원을 저비용으로 공유"

    이들은 화장실이 딸린 20㎡(약 6평)짜리 방에 산다. 나머지는 전부 공용 공간이다. 인터넷 만화를 그린다는 한 청년은 "방이 아주 작다. 자꾸 나가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며 웃었다. 방 한 칸 임차료는 월 4000위안(약 68만원). 인근 아파트 월세가 5000위안(약 85만원)부터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저렴한 편이다.

    유플러스 거주자가 생활하는 20㎡ 크기 방 내부.
    유플러스 거주자가 생활하는 20㎡ 크기 방 내부. /이소영 탐험대원

    유플러스는 협업(協業)이란 무게중심을 축으로 굴러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유플러스에 들어오기 위한 세 가지 조건에 '사교성'이 포함돼 있다.(나머지는 45세 이하이고, 아이를 동반할 수 없다는 점.) 면접에서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활달할수록 '합격' 확률이 높다고 한다.(경쟁률은 약 20대 1이다.) 입주 후에도 사교성을 유지해야 한다. 아니면 쫓겨날 수도 있다. 한 달 이상 살았으면 10명 이상의 친구를 만들어야 하고, 석 달에 한 번은 꼭 단체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유플러스 류양 대표는 "사교성이 없으면 다른 사람과 아이디어나 자원을 나눌 수 없지 않은가. 각자가 가진 고품질의 자원을 저비용으로 공유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게 유플러스의 존재 의의"라고 말했다.

    탐험 마지막 날, 온라인 교육으로 유니콘 기업에 오른 '싼하오왕' 허창(何强·36) 대표를 만났다. 유플러스 출신인 그는 직원 중 상당수를 유플러스에서 채용했고, 그 직원 중 여러 명이 여전히 유플러스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가 구호같이 외치는 목소리엔 숨 막힐 듯한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만약 세계 다른 나라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중국 대륙에 와라. 중관춘에 와라. 유플러스에 와라, 하하!"

    [미탐 100 다녀왔습니다]

    "창업은 나를 위한 분투… 진짜 하고 싶은 일 찾아 볼래요"

    '취업이냐 고시냐.' 대학교 2학년인 저는 요즘 주변에서 하루라도 빨리 진로를 결정하라는 닦달에 시달립니다. 아직 경험해 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당장 진로부터 정하라니 숨이 턱턱 막히곤 합니다. 중국 베이징의 '스타트업 아파트' 유플러스에서 만난 젊은 창업자들은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500여 명이 한 공간에 함께 살면서 마음을 터놓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신선했습니다. 한 청년은 창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취업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이지만, 창업은 자기 자신을 위해 분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죽을 때가 돼 기억에 남는 일이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슬픈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도전이 쌓이고 쌓인 중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탐험을 통해 저도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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