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도발에 맞서는 싸움에 與野 당파는 있을 수 없다

조선일보
입력 2019.07.19 03:15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이 18일 청와대 회동을 갖고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자유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제 보복이며 양국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 데 정부와 여야가 의식을 같이한다"는 공동 발표문을 채택했다. 공동발표문은 "일본 정부는 경제 보복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외교적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한편 "여야 당 대표는 정부에도 다양한 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주문했으며 대통령은 이에 공감하며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양국 관계를 파탄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경제 보복에 나선 데 대해 한목소리로 성토하며 초당적인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만도 뜻깊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우리 주력 산업의 핵심 소재 부품의 지나친 일본 의존을 해소하기 위한 '경제·산업 차원의 장기대책'을 강조한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 경제에 일본의 보복 조치가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면서 '외교 협상을 통한 빠른 해결'을 주문하는 등 입장 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은 세계경제의 공동 번영을 이끌어 왔고 자신들이 가장 큰 수혜를 누려온 국제분업 체계를 흔들면서까지 무역을 이웃나라에 대한 정치적 보복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작년 10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부터 일본은 보복 가능성을 흘려 왔다. 또 아베 총리는 자신이 주재한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인 한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회피한 직후 이번 조치를 내놨다. 그만큼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얘기다. 제2, 제3의 후속 조치까지 예비해 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하면서 경제의 버팀목이나 다름없는 반도체 산업의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이번 일을 일본 부품 산업에 일방적으로 기대고 있는 구조를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상당한 세월이 소요될 산업구조 개편을 해법으로 삼기엔 당장 발등에 떨어진 위기가 화급하다. 일본의 부당한 무역 보복에 대해 당당하게 항의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구하는 것과는 별도로 일본이 우리 산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조치를 실행에 옮길 수 없도록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 외교적 해결의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날 야당 대표들이 건의한 한·일 정상회담, 대일 특사 및 한·일 관계 원로로 구성된 범국가대책회의를 포함해 모든 가능한 대안을 검토해서 이른 시일 내에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일본의 도발에 맞서 국익을 지켜내야 하는 어려운 싸움을 벌이는 데 있어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가적 명운이 걸린 위기를 앞에 두고도 국내 정치에서 유불리를 따지며 당파적 이익을 앞세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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