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16일 "미쓰비시(三菱) 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매각(현금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이 작년 말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른 배상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하자"며 미쓰비시 측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미쓰비시 측이 최종 응답 시한인 15일이 지나도록 아무 답을 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강제징용과 관련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매각 절차에 들어가는 건 일본제철·후지코시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다. 일본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반발하며 보복을 시사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대리인단은 이날 "판결 이후 반년이 넘도록 미쓰비시 측에 배상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요청하며 집행을 늦춰왔지만, 이들은 끝내 마지막 시한까지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미쓰비시의 자산에 대한 매각 명령을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올해에만 피해자 세 분이 고령으로 유명을 달리하고 다른 이들도 병마와 싸우고 있다"며 "이번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대법원은 작년 11월 미쓰비시 징용 피해자 5명에 대해 총 5억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들이 압류한 미쓰비시 소유의 국내 자산은 상표권 2건, 특허권 6건으로 8억여원 규모다.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에 하나 일본 기업에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에 대응을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도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단에 "당연히 일본 기업에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외무성에서 대응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일본 언론은 고노 외무상이 언급한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대(對)한국 수출 규제와 같은 경제 보복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쓰비시 매각 절차 결정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에 따른 국내 사법 절차의 일환"이라며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기본 입장 아래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의 실질적 치유, 그리고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하여 해당 사안을 다루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