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선 시험 안보니… 사설시험 몰려간 초등생 10만명

입력 2019.07.17 03:24

초등학교 시험 2011년부터 없애자 출판사가 주관하는 수학학력평가 응시생 4년 새 4만명 급증

울산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A(10)양은 지난해부터 상·하반기 한 번씩 집 근처 학교에 가서 교육 출판 기업이 주관하는 '수학 학력 평가'를 친다. 응시료는 3만원. 성적표는 100점 만점에 총점, 문항별 정답률, 전국 석차(상위 5%만) 등이 세세하게 나온다. A양 어머니는 "학교에서 중간·기말고사를 안 치니까 아이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어 사설 시험을 치기 시작했다"고 했다. A양처럼 사설(私設) 시험을 치는 학생들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학교에서 시험이 사라지면서 학교 밖에서 사설 시험을 보는 것이다.

학교 밖 시험 치는 초등생 연간 12만명

사설 학력 평가 시험 응시생 추이
국내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한 교육 출판 기업의 수학 학력 평가는 한때 연간 20만명의 초·중학생이 응시하다가 학령인구가 줄고 2011년 교육부가 사교육비를 유발한다며 외부 경시 대회 등 수상 실적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쓰지 못하게 하면서 인기가 식었다. 연간 응시생이 2010년 11만4728명에서 내리막을 타서 2014년 6만3708명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2015년 7만42명으로 반등해 2017년 8만6727명, 지난해 10만2995명에 달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6만1553명이 응시, 연간으로 12만명 정도가 예상된다. 올 상반기의 경우 초등 6학년이 1만3833명으로 가장 많았고 5학년 1만2235명, 4학년 1만239명, 3학년 8871명, 2학년 6844명, 1학년 4923명 순이었다. 중학생은 초등학생보다 적어서 1학년 3273명, 2학년 923명, 3학년 412명에 그쳤다.

자녀들을 이 시험에 응시하게 한 학부모 10여명에게 물었는데 모두 "학교에서 시험이 없어졌기 때문에 외부 시험에서라도 아이의 객관적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라고 대답했다.

시험 없는 학교가 불안한 학부모들

현재 전국 초등학교 대부분은 중간·기말고사 시험을 보지 않는다. 교과서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간단한 평가를 하는 것이 전부다. 2010년 이후 늘어난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이 "중간·기말고사는 아이들을 성적 순으로 줄 세우고, 과도한 학력 경쟁으로 아이들이 스트레스받는다"며 폐지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서울에서 2011년 폐지됐고 광주, 경기, 울산 등으로 퍼졌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을 진단해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지원하자는 취지의 초·중·고교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도 폐지했다.

학부모들은 "학업 스트레스를 줄인다지만, 공부하는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 4학년 학부모 B씨는 "학교 단원 평가는 '쪽지 시험' 수준이라 거의 다 맞지만, 진짜 실력이 궁금했는데 작년에 외부 수학 평가를 쳐보고 나서야 애가 뭘 잘 알고, 어떤 부분이 약한지 알게 됐다"고 했다.

중2 '시험 쇼크' 걱정도 커져

중학교에 가서 갑자기 시험 칠 때를 대비해 사설 시험을 친다는 부모들도 있다. 경남의 초등 4학년 학부모 C씨는 "중1도 '자유학년제'로 시험을 안 치니까 사실상 7년간 시험 없이 지내다 중2 때 갑자기 시험 공부를 하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다른 초등 4학년 학부모는 "어차피 고등학교 가면 내신 시험을 잘 봐야 대학에 가는데, 어릴 때 학교에서 공부 안 시켜주면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되거나 부모가 돈 들여서 사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 1~2학년은 몰라도, 수학이 갑자기 어려워지는 고학년 때는 학교에서 학력 진단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학부모도 여럿 있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는 "국가 교육 방향이 시험을 폐지하고 학력을 중시하지 않는 쪽으로 바뀌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우리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고, 가정 형편에 따른 격차는 더 커졌을 뿐 아니라 사교육비는 급격히 늘고 있다"면서 "학교에서 어릴 때부터 기본 학력을 잡아주지 않으면 이런 문제들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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