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野 "청와대의 反日감정 자극, 국익에 도움 안된다"

조선일보
입력 2019.07.16 03:42

외교적 해결 촉구… 박지원 "DJ였다면 국익 먼저 생각했을 것"
나경원 "이순신 장군이 12척 배 끌고 나선건 무능한 선조 때문"

청와대는 연일 한·일 간 과거사를 언급하며 대일(對日) 강성 대응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야권에선 "선동과 자극을 앞세운 감정적 대응보다 실효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청와대가 반일(反日) 감정과 강성 투쟁 기류를 앞장서서 조장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한·일 간 협상이나 국제 여론전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국력은 숱한 위기를 극복하며 키워온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도전들을 이겨내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에도 "전남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했다. 미국을 방문했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3일 "1907년 국채보상운동과 1990년대 외환 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처럼 뭉쳐서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13일 페이스북에 '동학 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죽창가'를 언급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5일 국회 예결위에서 조국 수석의 '죽창가' 언급에 대해 "대일 관계에서 감정적 대응보다는 우리 정부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가 어떤 대응을 취하든 이번 사태를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이 당장 대화에 응하지 않는 이상 협상 자체보다 그 외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일본 정부의 규제 조치에 맞서 국제 사회 등을 겨냥한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 '일본 경제 보복 대책 특위'는 외신기자 간담회와 '일본 도발 대응' 긴급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본이 당장 협상에 응할 의사가 없다면 우선 국내적으로 힘을 결집해서 한목소리를 내게 하고 대외적으로 여론전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여당의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우리 정부가 반일 감정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국론 분열이나 반사이익을 꾀한다면 제1 야당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순신 장군이 열두 척의 배를 끌고 나선 것은 무능한 선조(宣祖) 때문인데 문 대통령은 무능한 선조의 길을 걷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여당의 일본 대응에서는 좀처럼 국익을 읽어내기 어렵고, 선동과 자극이 읽힌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국가 지도자가 문제 해결의 방법을 민족주의적 감성, 반일 감정의 확대에서 찾으려 한다면 큰 잘못"이라며 "민족 감정 호소는 책임 있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범여권도 비판에 가세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DJ(김대중 전 대통령)였다면 (문제를) 풀기 위해 국익을 생각하고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셨을 것"이라며 "청와대부터 보신처를 찾아 총선에만 나가려 하고 당·정·청이 몸만 사리고 있다"고 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조국 수석의 '죽창가'와 관련, "우리가 고민하지 않고 노래 부르고 '페북질'하고 이런 것들이야 지금 일단 공감은 가지만 전략가들이 할 일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전문가들도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한·일이 서로 격앙돼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보면 아무런 해법을 찾을 수 없다"며 "일본도 한국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일본을 자극하기보다 실효적 해법을 위해 진지하게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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