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태양광 지원 37억 받은 허인회, 자기 회사에 '일감 66% 불법 하도급'

입력 2019.07.16 01:30

허씨는 하도급 업체 최대 주주
경찰, 보조금 불법 수령 등 수사

태양광발전 설치 협동조합을 운영 중인 친여(親與) 인사가, 협동조합이 따낸 서울시 지원 사업 66%를 자신의 개인회사에 불법 하도급하는 방식으로 이익금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시(市) 보조금을 받고 미니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온 '녹색드림협동조합'(이하 '녹색드림')이 시공 과정을 불법 하도급한 사실을 올해 5월 감사에서 적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퇴출했다. 서울시는 보조금을 받는 업체가 어떤 식으로든 하도급을 주지 못하게 규정한다. 녹색드림은 문재인 정부 태양광 발전 육성 정책의 최대 수혜 업체 중 한 곳이다. 서울시에서만 보조금을 2017년 19억3200만원, 작년엔 17억8000여만원 받았다. 중앙정부에서도 2017년에만 6억2100만원의 보조금을 타갔고, 2018~2019년은 확인되지 않았다.

녹색드림의 이사장은 허인회(55)씨.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청년위원장을 지냈고, 16·17대 총선에 각각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친여·운동권 인사다.

녹색드림 기업보고서에 따르면, 녹색드림의 최대 거래처는 일반 기업인 '㈜녹색건강나눔'(이하 '녹색건강')이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녹색드림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에서 보조금을 받아 미니 태양광발전 패널 총 8300여장을 설치했는데, 이 중 약 5500장에 대한 설치 공사를 녹색건강에 하도급했다. 녹색건강은 구입해둔 패널에 수수료를 얹어 녹색드림에 팔기도 했다. 녹색건강 역시 허씨 회사였다. 허씨는 지분 32%를 가진 최대 주주이자, 2011년 회사 설립 이후 줄곧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서울시는 2016년 미니 태양광 발전기 보조금 지원 대상을 선정하면서 '협동조합'을 일반 기업보다 우대했다. 당시 녹색건강은 충족할 수 없었던 서울시 기준을, 협동조합인 녹색드림은 충족했고 보조금 지급 대상에 선정됐다. 녹색드림 조합원은 300여명.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이익금 중 납입출자액에 대한 배당은 출자액 10%를 초과해서 배당받을 수 없다. 허씨 출자 비율은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녹색건강 이익금은 허씨가 소유한 주식 약 32%만큼 배당받을 수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서울시 의뢰로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당신네(조선일보) 때문에 회사 다 망했으니,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

15일 허인회 녹색드림 이사장은 협동조합 이익금을 개인 회사인 녹색건강에 밀어준 정황에 대한 본지 반론 요청에 이같이 말했다. '녹색드림이 불법 하도급으로 서울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퇴출되고도 여전히 보조금을 앞세워 영업하고 있다'는 지난달 본지 고발 기사로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된 데 대한 원망이었다.

서울시는 무자격 업체에 하도급을 주거나 이들에게 회사 명의를 빌려준 혐의 등으로 녹색드림과 녹색건강 등 12개 업체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이날 밝혔다. 서울시 규정상 보조금을 받는 업체는 고객 모집부터 시공,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해야 한다.

녹색드림과 녹색건강 간 정확한 하도급 방식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해명을 통해 유추는 가능하다.

녹색건강 권준환 이사는 본지와 만나 "협동조합인 녹색드림은 보조금을 받기 전까지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녹색건강)가 조합을 대신해 패널 등을 미리 사들여 일정 부분 재가공해 녹색드림에 납품하고 구매 대금을 나중에 우리 이윤까지 얹어 받은 것"이라고 했다. 허인회 이사장은 "일 잘하는 (녹색건강) 직원을 데려다가 (녹색드림에) 프리랜서처럼 고용한 것"이라고 서울시에 해명했다.

녹색드림 정해국 실장도 본지 통화에서 "자금력이 없는 조합을 대신해 자금력 있는 녹색건강이 도와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거래를 서울시와 감사원 공히 '불법 하도급의 한 형태'로 봤다. '전 과정 직접 수행'이란 서울시 지원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업계 다른 회사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A협동조합 관계자는 "선정 업체가 패널을 직접 구매해 바로 설치하면 되는데 왜 다른 업체를 끼우고 이익을 떼 주느냐"고 했다.

녹색드림협동조합은 2013년 허씨를 포함한 녹색건강 임직원과 지역 주민 30여 명이 함께 출자해 만들었다. 협동조합은 여권(與圈)이 장려하는 태양광 사업 방식이다. 서울시는 2016년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사업자 모집에서 협동조합을 우대했다. 일반업체는 '최근 2년간 200개 이상 설치 실적'이 필요했지만, 협동조합은 설치 실적이 있기만 하면 허용해줬다. 정부도 2017년 공개한 탈(脫)원전 로드맵에서 '협동조합·시민 중심의 소규모 태양광 사업에 대한 지원'을 명시했다. 그 결과, 이전까지 곡물유통사업과 의류봉제사업을 하던 녹색드림은 2016년부터 4년 연속 서울시 태양광 사업 참여 업체로 선정될 수 있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