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부인 폭행사건 피해 여성, 지나친 관심이 더 힘겹다

입력 2019.07.15 10:35 | 수정 2019.07.15 11:34

지난 11일 ‘한국인 남편의 베트남 부인 폭행사건’의 피해자인 A(30)씨가 입원한 전남 목포시의 한 대형병원.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가운데, 병원 관계자는 기자에게 "골절 부상으로 보호대를 착용한 A씨가 두살배기 아들을 돌보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아들과 함께 쉼터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전남 영암군의 삼호읍에 비가 내리고 있다. 베트남 아내 폭행 사건이 발생한 이곳은 외국인 거주율이 90% 이상이다. /영암=최효정 기자
지난 10일 전남 영암군의 삼호읍에 비가 내리고 있다. 베트남 아내 폭행 사건이 발생한 이곳은 외국인 거주율이 90% 이상이다. /영암=최효정 기자
한국인 남편 김모(36)씨가 베트남 국적의 부인을 폭행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힌 사건이 지난 6일 보도된 후, 한국과 베트남에서는 가해자인 남편을 질타하는 기사와 댓글이 쏟아졌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 동남아 이주 여성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A씨가 폭행 영상이 자기도 모르게 공개되면서 과도한 관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남편 김씨 "말이 안 통해 때렸다"...베트남女 "샌드백처럼 맞았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지난 12일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하고, 두 살배기 아들의 발바닥을 낚싯대로 때린 혐의로 구속된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혐의는 상습특수상해와 아동복지법위반이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암군 삼호읍에 살고 있는 김씨는 인근 공장에서 일용직 용접공으로 일했다. 김씨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기 전, 2번의 이혼 전력이 있다. 모두 한국 여성과 결혼했었다. 별다른 범죄 전력은 없었다.

사건은 지난 4일 밤 자택에서 일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낮부터 소주 2병과 캔맥주 3개를 마신 남편 김씨는 오후 9시쯤 집에 돌아와 A씨를 폭행했다. 김씨는 주먹과 발, 소주병으로 3시간 넘게 A씨를 때렸다.

당시 폭행으로 A씨는 머리에 타박상을 입었고, 갈비뼈와 손가락이 골절되는 등 전치 4주 이상의 부상을 입었다. A씨는 베트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나를 마치 샌드백 치듯 때렸다"고 했다. 폭행 현장에는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두 살배기 아이도 있었다. 그는 아들의 발바닥을 낚싯대로 때리고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2분 33초 폭행 동영상'...지인 "폭행 너무 심해, 내가 신고"
경찰은 지난 5일 오전 8시 7분쯤 "A씨가 집에서 남편에게 맞았다"는 A씨 지인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베트남 출신인 지인은 경찰에서 "친구(A씨)가 남편에게 많이 맞았는데 한국말을 잘 못해서 내가 대신 신고했다"고 말했다.

A씨가 폭행당하는 영상은 지난 6일 오전 한 네티즌에 의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이 네티즌은 게시물에 베트남어로 "한국 남편과 베트남 부인의 모습. 한국 정말 미쳤다"고 적었고, 삽시간 만에 영상이 퍼졌다. 페이스북 측은 폭력성을 이유로 영상을 삭제했지만 이미 다른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 나간 후였다.

약 2분 33초 분량의 영상에는 어깨에 문신한 남성이 여성의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차는 모습이 담겼다. 여성은 고통스러워 하며 주먹을 피하기 위해 머리를 감싼 뒤 거실 구석에 웅크렸다.

8일 오전 베트남 아내를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남편 A(36)씨가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베트남 아내를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남편 A(36)씨가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영상은 피해자 A씨 본인이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에서 "그 전에도 남편에게 계속 맞아 (사건 당일) 아들 가방을 치우는 척하면서 내 휴대전화를 가방에 꽂아 침대 맞은편에 세워뒀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을 페이스북에 맨 처음 올린 사람은 경찰에 신고한 A씨 지인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제일 친한 베트남 친구에게 먼저 해당 동영상과 피해 사실을 알렸고, 그 친구가 다시 베트남 지인(신고자)에게 알리자 그분이 (동영상을) 보고 '(폭력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이런 건 신고해야 한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동영상도 올렸다"고 했다.

순수한 피해자 아닌 가정파괴범?...센터측 "피해자를 가해자라 비난마라"
그러나 자신을 남편 김씨의 전처라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이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베트남 폭행 영상 속 여자는 내연녀입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 네티즌은 지난 9일 "피해자 A씨는 사실 내연녀로, 가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해자인 남편과 결혼했다"는 취지로 인터넷에 폭로글을 올렸다. 이러자 일부 네티즌들은 "A씨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A씨를 지원하는 전남이주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영상을 공개한 것은 피해자의 의도가 아니었다"며 "A씨가 국적 취득과 이혼을 위해 폭행을 유도했다는 식의 추측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A씨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런 무리한 추측이 A씨에게 심리적 압박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베트남에서 공분…총리·경찰청장·여가부장관까지
이번 사건은 한국과 베트남 양국에서 공분을 샀다. 폭행 영상 등이 베트남 현지 언론 매체를 통해 알려진 이후 베트남 네티즌은 "대사관에 강력한 항의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더이상 이런일이 없도록 조치를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민갑룡 경찰청장은 국내외 여론을 의식해 재발방지와 엄정한 수사를 약속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 총리는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또 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을 만나 "앞으로는 한국에 사는 베트남 국민들의 인권 보호와 안전에 더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도 같은날 사건 피해자인 이주여성을 직접 만나 위로했다.

같은날 민 청장은 또 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과의 치안 총수 회담 모두발언에서 "철저한 수사와 피해자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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