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사 핏줄' 中피아니스트 선율에… 韓청년 100명 "아~리랑"

입력 2019.07.14 18:25 | 수정 2019.07.14 21:07

지난 11일 저녁 중국 광저우(廣州) 시내 호텔 만찬장에 익숙한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지자, 객석에 있던 20~30대 한국 청년 100명이 입 모양으로 '아리랑~'을 읊조렸다.

이날 무대 위에서 편곡된 아리랑을 연주한 이는 독립운동가 김성숙 선생의 손자이자 중국의 유명 피아니스트 두닝우(杜寧武·53)씨다. 이날 두씨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임정 근거지들을 답사 중인 '한·중 우호 카라반' 국민대표단을 위해 한국계 미국인 피아니스트인 아내 헬렌 심(한국명 심혜련)과 함께 무대에 섰다. 국적은 중국·미국이지만 한국인의 피를 가진 이 부부는 '아리랑'에 이어 '3·1 운동의 노래', '그리운 금강산'을 차례로 연주했다. 한국 청년들의 박수엔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두씨의 조부인 운암 김성숙 선생은 반역사·의열단·조선의용대 등에서 항일 독립 투쟁을 이끌었고,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내며 임정의 좌우 통합에 앞장섰다. 해방 후 서울로 돌아와 정치인으로 살다 1969년 서거했다. 두씨의 조모인 중국인 두쥔후이(杜君慧) 여사도 항일 여성운동가이자 임시정부 외교위원이었다. 우리 정부는 김성숙 선생과 두쥔후이 여사의 공을 기려 건국훈장 독립장, 애족장을 각각 추서했다.

지난 11일 오후 중국 광저우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우호 카라반 환영 리셉션에서 특별 연주 후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운암 김성숙 선생 장손 피아니스트 두닝우씨. /외교부 공동취재단
지난 11일 오후 중국 광저우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우호 카라반 환영 리셉션에서 특별 연주 후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운암 김성숙 선생 장손 피아니스트 두닝우씨. /외교부 공동취재단
두씨는 연주 후 가진 간담회에서 "할아버지가 임정 국무위원으로 계실 때는 가난에 쪼들려 조그만 먹거리도 자식들에게 다 주고 본인은 굶으셨다고 한다"며 "너무 배가 고파 글을 쓰실 때면 늘 배와 책상 사이에 베개를 붙여놓고 허기를 참으셨다는 얘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6·25 전쟁 이후 한·중 관계 단절로 김성숙 선생과 중국의 가족들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두씨는 "할아버지의 독립운동으로 인해 이기적이지 않은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때 당시 독립운동처럼 현대에서 또 다른 의미 있는 일을 추구하며 살 것"이라며 "한국의 대표 음악을 더 많이 편곡해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한국의 오케스트라와 합주도 하고 싶다"고 했다. '염두에 둔 한국 음악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진도아리랑' 곡조를 흥얼거렸다.

독립지사 유자명 선생 아들인 류전휘(왼쪽에서 둘째) 선생이 지난 13일 중국 창사시 후난농업대학에 위치한 유자명기념관에서 한중우호카라반 대표단원들과 함께 한중 우의를 상징하는 나무를 심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근 주우한 총영사, 류전휘 선생, 한중우호카라반 윤보영 단원, 서은지 단장. /외교부 공동취재단
독립지사 유자명 선생 아들인 류전휘(왼쪽에서 둘째) 선생이 지난 13일 중국 창사시 후난농업대학에 위치한 유자명기념관에서 한중우호카라반 대표단원들과 함께 한중 우의를 상징하는 나무를 심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근 주우한 총영사, 류전휘 선생, 한중우호카라반 윤보영 단원, 서은지 단장. /외교부 공동취재단
'한·중 우호 카라반' 단원들은 이어 13일엔 광저우에서 창사(長沙)로 이동해 김성숙 선생과 함께 의열단을 이끌었던 독립운동가 유자명 선생의 아들 류전휘씨를 만났다. 1919년 중국으로 망명한 유자명 선생은 의열단 등에서 항일 독립 투쟁을 한 뒤 후난농업대 교수로 중국 농업 발전에도 기여했다. 남북은 물론 중국에서도 훈장을 받은 유일한 독립 운동가다.

그의 중국인 제자들이 모금을 통해 세운 후난농업대학 내 '유자명기념관' 앞에서 이날 류전휘씨와 한국 청년들은 한·중 우호를 상징하는 의미로 '섬잣나무'를 함께 심었다. 류씨는 "아버지가 100년 전 (중국에) 오실 때 25살이었는데, 오늘 대표단원들을 보면서 그 열의와 뜨거운 피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며 "선조들의 애국심을 배워 한국 젊은이들이 어떤 고난과 역경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카라반 단원 유효정(24)씨는 우의 식수식이 끝난 뒤 나무 뿌리를 덮은 흙을 다시 한 번 손으로 매만지며 "뭉클한 순간"이라고 했다. 나무 옆엔 '한중 우호 카라반 기념 한중 우의 식수. 2019.7.13'이라고 양국 언어로 적힌 기념석이 세워졌다.

한중 우호 카라반 대표단은 창사, 항저우(杭州), 자싱(嘉興)을 거쳐 상하이(上海)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17일 서울로 돌아온다.

지난 13일 한중 우의 식수식 직후 공개한 '한중 우호 카라반' 기념비. /외교부 공동취재단
지난 13일 한중 우의 식수식 직후 공개한 '한중 우호 카라반' 기념비. /외교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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