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창일 한일의원회장 "지금은 文·아베 만나도 못 풀어… 美 중재 설득해야"

입력 2019.07.14 08:11 | 수정 2019.07.14 11:21

한일의원연맹회장 강창일 의원 인터뷰
"文·아베, 싸우러 만날 수는 없다"
"한·일 갈등 풀기 위한 국회 대표단 日 파견, 조율 중이지만 못 갈 수도"
"日 강경 조치, 참의원 선거용 측면…선거 후 어떻게 나올 지는 예측 어려워"
"경제 보복은 일본에도 타격…日 경제계가 나서도록 하는 게 중요"

지난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주최국인 일본의 아베 총리가 19개 국가 및 국제기구의 대표들은 만나면서 가장 가까운 나라 한국 대통령과는 8초짜리 악수로 끝냈다. 한·일 갈등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지만, 이때까지도 불과 며칠 뒤 있을 일본의 대(對)한국 무역 보복 조치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일본은 G20 폐막 3일만인 지난 1일 반도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본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급소 바로 옆을 찌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당장 마비시키지는 않으면서 미래 반도체는 견제하고 추가 제재를 암시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남 지역을 찾아 "전남의 주민들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최근의 한·일 갈등을 염두에 둔 작심 발언으로 해석됐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4선 중진인 강창일 의원은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에서 지금 국면을 "한·일 간의 전쟁"이라고 규정하고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인원 조선일보 기자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인원 조선일보 기자
강 의원은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만나 직접 현 상황을 풀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사전에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고, 물밑에서 조율이 돼야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싸우려 만날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그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달 말 일본에 국회 대표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현재 일본 측과 조율 중인데, 못 만날 수도 있다"고 했다. 강 의원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무역 보복을 가하며 강경 자세를 취하는 것이 오는 21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에 대해 "선거용 성격이 있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선거 후 일본 정부의 기류가 바뀔 가능성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 일본 정부의 진심이 무엇인지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며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란 것이다. 그는 "한·일 경제계가 일본 정부를 함께 압박하고 미국이 중재에 나서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도쿄대에서 아시아 근대사 전공으로 석·박사를 받은 강 의원을 만나 한·일 간 '무역 전쟁'의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2일 우리 산업통상자원부 과장급 간부들이 도쿄까지 날아가 일본 경제산업성 과장급과 대화를 가졌는데 아무 성과가 없었다. 결국 지금의 한·일 갈등은 문 대통령이 직접 아베 총리를 만나 풀 수밖에 없는 문제 아닌가.

"톱다운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해도 사전에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고 물밑에서 이야기가 진행돼야 만나서 성과를 낼 수 있다. 지금 (한·일 양국은) 전쟁 중이다. 정상들이 (사태 해결이 아니라) 싸우기 위해 만날 수는 없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G20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한일 갈등을 풀 수 있다고 봤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해 '이달 말쯤 국회 대표단을 일본에 보내겠다'고 했는데.

"아직 일본 측 의원과 만날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조율을 해봐야 방일단이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있다. 조율을 해볼 텐데 일본 측이 오지 말라면 안 가는 거다. (최악의 경우) 조율이 되지 않으면 (만남 성사가) 안 될 수도 있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 국회 외통위원 5명은 지난 5월말 일본을 찾았다가 면담을 요청한 중의원 외교위원장은 만나지도 못한 채 비례대표 참의원 1명만 만나고 돌아오는 '홀대'를 당했다. 당시 강 의원은 "한국 의원들이 사전 조율 없이 갔다가 개망신을 당했다"고 했다.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게 강 의원 진단이다.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원인이 된 현재의 한·일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우선 정부는 정부대로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 경제계가 한국 경제계와 같이 나서 일본 정부에 압박을 해야 한다. 일본 경제를 위해서도 지금 같은 갈등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법원 판결 후) 일본 기업도 처음에 (피해자 배상을 위한 조치를) 내놓을 의향이 있었지만, 아베 정부가 막았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한일 갈등에 미국이 관여하지 않고 있는데, 미국이 중재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애플 등 미국 기업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미국 기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중재에 나서야 된다는 설득을 해야 한다."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게이단렌(經團連)의 구보타 마사카즈(久保田政一) 사무총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한·일이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한일) 경제계 간의 교류는 향후에도 계속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게이단렌은 한국 전경련과의 연례 정례회의에 대해선 "예정대로 오는 11월 도쿄(東京)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본이 이런 조치를 단행한 이유에 대해선 "안전보장상 문제가 있는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 정부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오는 21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 공약에 자위대 근거 조항 명기를 위한 조기 개헌을 목표로 삼는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중의원은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참의원은 연립 여당 의석이 3분의 2에 못 미친다. 개헌을 하려면 중의원·참의원 모두 3분의 2 이상의 발의가 필요하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 때문에 아베 정부의 무역 보복 조치가 참의원 선거 승리용이란 분석이 있다.

─아베 정부의 '한국 때리기'가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한국도 피해를 입지만, 일본도 피해를 입는다. 일본 주요 언론도 일부 우경화된 매체를 제외하고 이번 사태에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적 기조를 취하고 있다. 이번 무역 보복 조치는 결코 아베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아베 정부가) 궁색해지니까 증거도 없으면서 한국에 수출한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말까지 한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 /조인원 조선일보 기자
민주당 강창일 의원. /조인원 조선일보 기자
─참의원 선거 이후 한·일 간 강대강 대치 국면에 변화 계기가 생길까.

"처음엔 참의원 선거용으로 일본 정부가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계속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심상치 않다. 한국과 경제 전쟁 위협까지 하면서 적대적 관계로 가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베 정부의 진심이 무엇인지 조금 더 지나봐야 알 것 같다."

─자민당 내 반(反)아베파의 반응은 어떤가.

"아베 총리가 초강수를 두는 것에 반아베파 의원들은 당황해 하는 것 같다. 이번 무역 보복 조치는 (반아베파 의원들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신일철주금,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관련) 일본 기업이 가진 국내 자산의 강제 매각이 법적 절차를 밟으려면 몇 개월 걸린다. 지금까지 아베 총리 측은 '강제 매각에 돌입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강제 매각까지 시간이 몇 달 남았음에도) 일본 정부가 (대응 조치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한국에 대한 공격을 선거 캠페인으로 쓸 수 있다는 건 일본인 사이에서 혐한(嫌韓) 정서가 넓게 퍼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지금 나타나는 혐한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그 때 이명박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독도를 방문했고, 일왕을 비판했다. 과거 한·일간 갈등은 정치권으로 국한됐지만, 그 이후 일본 국민 사이에서 혐한 분위기가 고조됐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치인들은 득표에 도움이 되니 '한국 때리기'를 계속한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독도를 방문했다. 그리고 기자들과 만나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 국회는 만장일치로 "우호국의 국가 원수의 발언으로서는 지나치게 무례해 용인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위안부 합의 파기를 시작으로 일본과 갈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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