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에이즈 외인 파문' 대전, 어설픈 검증과 아마추어 보도자료가 낳은 '재앙'

입력 2019.07.13 22:08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개막전부터 코미디의 연속이었다.
3월2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안산과 대전의 경기. 대전의 벤치에는 고종수 전 감독 외에 아무도 없었다. 고 감독을 보좌하는 코칭스태프는 있었지만, 벤치에 앉을 수 있는 자격증을 보유한 코치는 없었다. 경기 전 몸풀기는 물론, 하프타임 훈련을 진행해줄 이도 없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날 경기에 나선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공격수 뚜르스노프 유니폼에는 프린팅 대신 매직으로 '뚜르스노프'라고 적힌 흰 천이 덧대여져 있었다. 직원의 실수로 뚜르스노프의 유니폼에 등록명과 다른 이름이 새겨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확인한 대전은 응급조치에 나섰고, 결국 해외토픽에서나 나올 장면을 만들었다.
4개월이 지났다.
수뇌부부터 선수단까지 확 바뀌었다. 온갖 잡음의 중심이었던 김 호 대표이사가 사퇴하고 언론인 출신의 최용규 대표이사가 새롭게 수장직에 올랐다. 최 대표는 강력한 쇄신을 천명했다. 선수선발테스트 조작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된 고 감독을 경질했다. 프런트에도 손을 댔다. 사무국장도 함께 정리했다. 이어 선수 선발의 잡음을 없애기 위해 선수단 운영위원회와 윤리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개혁안을 공개했다. 대전은 박 철 감독대행 체제를 거쳐 이흥실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며 새로운 출발을 약속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K리그 역사상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에이즈' 해프닝이다. 대전은 12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브라질 1부리그 출신의 공격수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대전은 '선수단 운영위원회의 검증을 마쳐 해당 선수를 영입했다'고 공개했다. 만 하루도 되지 않은 19시간 뒤, 충격적인 보도자료가 나왔다. 대전은 13일 '해당 선수와 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해당 선수의 메디컬테스트 과정에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양성반응이 나온 것. 대전은 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야말로 코미디 같은 행보다. 유니폼을 입은 사진과 함께 배포되는 영입 보도자료는 '오피셜'이라고 불린다. 메디컬 테스트부터 마지막 사인까지 모든 행정적 절차를 마치고 난 뒤 보내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전은 메디컬테스트가 완료도 되기 전 보도자료를 내보냈고, 기본을 놓친 댓가는 망신살이었다. 문제는 그 후다. 자신들의 실수를 지우기 위해 갑작스럽게 내놓은 보도자료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해당 선수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한 셈이 됐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7조에 따르면 감염인을 진단한 사람 등은 감염인 동의 없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해당 선수는 타 팀으로 이적 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며,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결과, 뒷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다. 해당 선수의 원 소속구단은 선수의 에이즈 양성 반응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구단은 최근 대전과 국제 교류 협약을 맺었음에도 이같은 사실을 전하지 않고, 선수를 보낸 것이다. 대전은 그 구단과 협약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더 큰 문제는 검증의 부재다. 축구전문가를 비롯해 변호사, 의사, 전력강화팀장, 데이터분석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선수단 운영위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이없는 실수를 범했다. 대전 안팎에서는 '선수단 운영위원회가 사실상 검증 절차를 밟지 않고 영입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대전 관계자는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집행부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실기는 반복되고 있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 감독을 선임하기 전 감독 선임 작업에서도 아마추어 행정은 반복됐다. 대전을 흔들었던 특정 에이전트의 측근인지 모르고 모 감독과 협상을 했는가 하면, 다른 감독 후보에게는 말도 안되는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험이 부족한 최 대표가 좌충우돌 하는 사이, 일각에서는 일부 프런트가 대전 행정을 좌지우지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 전면 폐지한 사무국장 제도의 부활을 통해 경험 있는 인사를 중용하는 등 해법을 찾지 못하면 이같은 해프닝은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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