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다잡기 나선 北, 노동당 기관지 공동논설로 "자력갱생만이 살길"

입력 2019.07.13 18:12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2년여만에 두번째 공동논설
"아무리 번쩍거려도 자기 것 없는 경제는 경계할 모델
일부 나라들에 이식된 서방 하청경제…철저한 예속경제"
VOA "北, 작년 무역적자 20억1892만 달러...10년내 최대"

북한이 13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근로자(월간지)의 공동논설을 통해 자력갱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이 기관지 공동논설을 통해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후 2번째다. 미·북 정상 간 판문점 회동과 다가오는 비핵화 실무협상으로 북한 내에서 제재해제 기대감이 이는 것에 대한 속도 조절 차원의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자 노동신문 1면에 실린 '자력갱생은 조선 혁명의 영원한 생명선이다'라는 제목의 공동논설은 "자력갱생은 결코 정세변화의 요구나 일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이 아니라 불변의 정치 노선"이라며 "힘의 강약과 이기적 목적에 따라 나라들 사이의 관계가 좌우되는 오늘의 세계에서 자기 것이 없고 힘이 약한 국가와 민족은 짓밟히든가 아니면 사멸돼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일 전날 열린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을 총 35장의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일 전날 열린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을 총 35장의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연합뉴스
공동논설은 "침략과 지배를 생리로 하는 제국주의는 자주적인 사회주의강국의 출현을 허용하지 않으며 그 위력이 커질수록 최후발악하기 마련"이라며 "국제정세는 긴장과 완화의 류동적인 변화를 보일 수 있어도 날로 강대해지는 우리 공화국을 압살하려는 적대세력들의 야망은 추호도 변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원수들은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우리 공화국을 상대로 악랄한 심리전을 집요하게 감행하고 있다"면서 "끈질긴 유혹과 장기적인 제재로 환상과 패배주의를 조장시켜 우리 인민의 자력의지를 꺾고 기어이 굴복시키려고 발악하고 있다"고 했다.

공동논설은 북한의 개혁·개방 모델로 언급되어온 중국·베트남 등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듯한 표현도 담았다. 공동논설은 "일부 나라들에 이식된 서방의 하청경제만 보아도 그것은 자본과 기술, 원료와 시장 등 모든 것이 남에게 매어있는 철저한 예속경제"라며 "아무리 '고도성장'을 이룩한다고 하여도 열강들의 배만 불리워줄 뿐 자기의 것이란 값싼 로동력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나마 일단 위기가 닥치면 제일 먼저 파산되어야 할 운명"이라며 "외세의 자본이나 기술에 명줄을 거는 것은 번영은커녕 남의 기분과 처지에 따라 한순간에 거지신세가 되어 다리 밑에 나앉을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했다.

또 "발전과 번영을 향하여 질주하는 현 세계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결코 자원고갈이나 금융위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민족들의 자력정신이 무너져내리는데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번쩍거리는 경제실체라고 하여도 자기의 것이 없는 경제는 따라배워야 할 모델이 아니라 경계해야 할 모델"이라고 했다.

공동논설은 "눈앞의 일시적인 난관에 겁을 먹고 주춤하거나 그 무슨 요행수를 바라기 시작하면 자주권은 물론 피로써 쟁취한 혁명의 전취물도, 안정되고 행복한 삶도 하루아침에 결딴나게 된다"면서 "오늘날 자력이냐 의존이냐 하는 문제는 단순히 삶의 방식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를 판가름하는 운명적인 문제"라고 했다. 이어 "자력갱생은 더 높이, 더 빨리 비약하여 번영의 지름길을 열어나가기 위한 최선의 방도"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동논설을 미·북 간 비핵화 실무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주민들의 기대치를 높였다가 협상 결렬로 발생한 내부 후유증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특히 '자력갱생'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기사가 거의 매일 노동신문에 실리는 상황에서 노동신문·근로자 공동논설이라는 드문 형식을 통해 북한내 긴장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집권 이후 발표된 노동신문·근로자 공동논설은 2017년 3월 25일 '우리식 사회주의 승리는 과학이다' 이후 이번이 2년 3개월 만으로, 김정은 정권 하에서 단 2건에 불과하다. 또 김정일 집권기의 공동논설도 2002년 4월에 나온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전면적 대북제재로 작년 공식 무역적자 규모가 20억 달러를 넘어 10년내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이다. 1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국제무역센터(ITC)의 수출입 현황 자료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해 23억1296만 달러 상당을 수입했지만, 수출은 2억9404만 달러에 그쳐 무역적자액이 20억1892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VOA에 의하면 북한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14억7000만 달러와 15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가 2011년(4억 달러) 10억 달러 미만의 적자를 기록했다. 북한의 무역 수지 적자는 2016년 2억3199만 달러까지 줄었지만, 핵·미사일 실험에 상응해 제재 수위가 높아진 2017년 14억8134만 달러로 늘었고, 작년에는 고강도 제재가 연중 전면적으로 적용되면서 20억 달러 선을 돌파했다.

2016∼2017년 대대적으로 강화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었던 석탄은 물론, 철·철광석·납·납 광석·은·동(구리)·니켈·아연 등 광물과 수산물, 직물과 의류 중간제품 및 완제품 등 섬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최근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의 제품과 애국심', '우리의 것을 애용하는 사람이 애국자이다' 등의 기사를 내보내며 '국산품을 애용하자', '수입병과 의존심을 뿌리뽑자'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또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정한 헌법에는 "국가는 대외무역에서 신용을 지키고 무역구조를 개선(한다)"는 내용을 삽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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