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없는 소셜미디어 총회… 트럼프 팬만 불렀다

조선일보
입력 2019.07.13 03:00

백악관에 200여명 모였지만 "소셜미디어 기업은 진보만 대변"
소셜미디어·IT대기업 초청안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소셜미디어 총회’에 참석한 2인조 인터넷 방송 진행자 ‘다이아몬드’ 리넷 하더웨이(가운데)와 ‘실크’ 로셸 리처드슨(오른쪽)을 안고 이야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소셜미디어 총회’에 참석한 2인조 인터넷 방송 진행자 ‘다이아몬드’ 리넷 하더웨이(가운데)와 ‘실크’ 로셸 리처드슨(오른쪽)을 안고 이야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소셜미디어 관계자가 하나도 없는 '소셜미디어 총회'가 가능할까. 백악관이 11일(현지 시각) 그런 '소셜미디어 총회'를 열었다. 이날 총회 장소인 백악관 이스트룸은 200여명의 참석자로 꽉 찼지만, 이들 중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 거대 IT 기업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총회에 참석한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네티즌들이었다. 트럼프는 이들을 '언론인과 인플루언서'라고 했다.

트럼프는 총회 몇 시간 전 트위터에 "오늘의 중요한 주제는 (구글·페이스북 등) 몇몇 기업에 의해 이뤄지는 거대한 부정직, 편견, 차별, 억압"이라며, 이날 행사의 성격을 명확하게 밝혔다. 소셜미디어의 발전이나 건전한 운용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비난하기 위한 행사였던 것이다. 그는 심지어 "소셜미디어는 가짜 뉴스와 함께 끝내 몰락할 것"이라고까지 적었다.

트럼프는 총회 연설에서도 "(보수 성향 이용자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몰래 금지되고 있는 것이 100% 확실하다. 우리는 이런 방해를 없애야 한다"며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트럼프가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진보 편향'을 비난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비난해왔다. IT 기업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보수적인 주장은 차단하고 진보적 성향의 주장만을 유통시킨다는 것이다. 지난 5월에는 백악관이 소셜미디어상에서 차별을 당한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 웹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소셜미디어를 편향적으로 사용해온 사람은 트럼프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차단해왔다. 대통령이라는 공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에게 비판적이라고 해서 차단한 행위는 법적인 논란도 됐다. 법원은 지난 9일 이 같은 트럼프 트위터 계정 차단이 "표현의 자유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트럼프가 소셜미디어 기업 관계자를 배제시키고 대신 불러 모은 사람들은 자신의 극렬 지지자들이었다. 이날 초대된 인물 중에는 진보 성향 정치인·언론인들의 발언을 몰래 녹음했다가 폭로하는 것으로 유명한 제임스 오키프, 민주당 경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의 인종 논란을 제기한 알리 알렉산더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득의양양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진짜 언론은 우리다"라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

인터넷 매체 더 버지는 이날 총회에 대해 "트럼프의 온라인 지지자들로부터 열광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획된 행사"라고 했다. 재선 선거 운동에 돌입한 트럼프가 자신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며 여론전을 펼칠 전사로서 이들을 활용하기 위해 불러모았다는 뜻이다.

이날 행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움직이려는 트럼프의 성향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셜미디어가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소통 수단으로 떠오른 것은 사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무명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8년 대선 선거운동 당시 트위터, 링크트인, 마이스페이스 등 각종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일약 '신데렐라'로 떠오른 이후 소셜미디어는 미국 정치인들이 대중과 소통하는 주요 통로가 됐다.

트럼프의 트위터 이용법은 오바마와는 차별화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가 기존의 뉴스를 증폭하기 위해 트위터를 사용했다면, 트럼프는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 트위터를 사용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생각이나 주요 정책을 트위터를 통해 발표하면서 뉴스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국가의 주요 정책이 트위터를 통해 계속 발표되니, 기성 언론들도 트럼프의 트위터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뉴스를 통제하고 생산하는 트럼프의 전략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언론은 이날 소셜미디어 총회를 입을 모아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친(親)트럼프 디지털 전사들을 위한 행사"라고 비꼬았고, CNN 역시 "서커스 쇼"라며 "지지자들이 원했을 소셜미디어에서의 반(反)보수적 편견에 대한 구체적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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