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구하는 바리공주… 한국 페미니즘 문학의 古典

입력 2019.07.13 03:00

바리데기

바리데기

김석출 구연|이경하 옮김
돌베개|160쪽|9000원

한국 신화와 무속을 대표해 온 '바리데기'를 현대어로 읽을 수 있게 풀어쓰고 해설을 단 책이다. '바리데기'는 '굿판에 불리는 이야기 노래'를 뜻하는 서사무가(敍事巫歌)에 속한다. 국문학계에선 '구술 전승과 문자 기록의 경계에 있는 텍스트'라고 한다. 고대 한반도에서부터 구연된 무속 신앙의 텍스트로 여겨지고 있다. '바리데기'는 지역마다 내용이 약간 다르지만 이 책은 남자 무당 김석출의 구연에 바탕을 뒀다.

'바리데기'는 여성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바리공주' 또는 '바리데기'로 불린다. 공주로 태어났지만 아들을 기다린 아버지에게 버림받는다. 쫓겨난 바리데기는 주변 도움으로 잘 자란 뒤 아버지가 병들자 약을 구하러 가는 대모험을 펼친다. 그녀가 돌아와 아버지와 세상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는다. '바리데기'의 마무리는 빠르게 읽힌다. '아버지 이 꽃은 살살이 꽃이올시다. 쓰다듬으니 옛날과 같은 살이 구름 위에 뜨듯이 뭉게뭉게 살아나는구나. (중략) 약수(藥水) 마개를 떼더니 한 방울 입에다 떨어뜨리니, 삼백육십 골절마다 뼛골 맞은 핏줄에 전부 약수가 싹 사방을 통과시키는구나. 대명천지 저 한바다에 파도치는 소리처럼, 태백산 깊은 골에 벼락 치는 소리가 꽝 나더니….'

'바리데기'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차별받은 여성의 처지를 대변하면서 궁극적으론 여성의 가치를 강조한 신화다. 요즘엔 한국적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여성 시인들이 영매(靈媒)처럼 시를 쓰는 경향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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