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민족주의 없는 애국심

조선일보
입력 2019.07.13 03:00

이한수 Books팀장
이한수 Books팀장

인터넷 포털 '구글' 창에 영문으로 'patriotism without nationalism'을 쳤습니다. '민족주의 없는 애국심'이란 뜻입니다. 주르륵 뜨는 항목을 일별하니 내셔널리즘(민족주의)과 패트리어티즘(애국심)은 다르다는 내용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옵니다. 관련 책도 여러 권 뜨네요.

이 표현은 곽준혁 중국 중산대 교수에게서 들었습니다. 정치철학 전공인 곽 교수가 오래전부터 연구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저서 '지배와 비지배'(민음사)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한길사) 등에 문제의식이 드러납니다. 쉬운 책은 아닙니다.

상식적으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사랑하는 '애향심', 내 삶의 터전인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나의 애국심을 당연한 감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남의 애국심도 똑같이 소중한 감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 고향을 위해서라면 남의 고향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든지, 내 나라를 위해서라면 남의 나라는 파괴해도 된다든지 하는 감정은 애국심과 구별되는 배타적 민족주의일 뿐입니다.

현실에서 둘은 쉽게 섞입니다. 남의 나라 미워하고 파괴하려는 감정을 애국심으로 혼동하기 십상입니다. 질 낮은 정치인들이 권력을 노리고 이런 혼동을 파고듭니다. 민족주의가 애국심이란 탈을 쓰고 벌인 선동에 무고한 삶이 겪은 고통과 비극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민족주의 없는 애국심'이야말로 글로벌 시민이 가져야 할 덕성(德性)이라는 데 동의하시는지요. 지금 내게서 일어나는 감정이 배타적 민족주의인지 애국심인지 먼저 헤아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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