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 바다는 내 마음의 '뚫어뻥'

조선일보
입력 2019.07.13 03:00

널 만나러 왔어

널 만나러 왔어

클로이 데이킨 장편소설ㅣ강아름 옮김ㅣ문학동네
360쪽ㅣ1만3800원

눈이 튀어나올 것 같다. 새로 산 내 나이키 운동화가 엉뚱한 녀석의 발을 감싸고 있다니. 해변에 벗어놓았던 신발을 말썽꾸러기 제이미가 냉큼 신고 갔나 보다. 일부러 벽을 차는 제이미. 형편없이 쭈그러드는 운동화를 보며 빌리는 말없이 뒤돌아 걷는다. 그에게 삶은 회피와 포기의 연속. 시름시름 앓는 엄마, 지루한 직장에 나가는 아빠. 일찍 철들어 버려서 무엇 하나 사달라고 조르는 일조차 하지 않게 된 열두 살 소년은 자신을 둘러싼 현실이 너무 답답할 때면 훌쩍 동네 바닷가로 나간다. 바다는 마치 머리의 '뚫어뻥' 같아서 근심과 걱정을 모조리 빨아간다. 빌리의 별명은 '물고기 소년'이다.

영국 작가의 첫 데뷔작인 청소년 소설. 짧게 약동하는 문장, 실제와 환상이 교묘히 뒤섞인 에피소드가 빌리 내면의 어두운 속살을 투명하게 발라내어 시린 아픔을 남긴다. 책장을 넘길수록 차갑고 짠 바닷물이 손끝에서 일렁이는 것 같다.

책 속 일러스트

하지만 재지 않고 빌리를 향해 곧장 다가오는 친구 패트릭, 고글에 물방울을 훅 내뿜고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케즈도딕"을 속삭이는 바닷속 고등어 친구가 있어 빌리의 내일은 외롭지 않다. 극적인 재미와 감동을 주려고 무리한 반전을 시도하지도 않는다. 엄마는 여전히 아프고 아빠는 항상 피곤하지만, 세 식구가 머리를 맞대고 신나게 헤엄치는 상상을 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톡 쏘는 울림이 가슴을 친다. 원제는 Fish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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