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말한다] 일요일 오후 2시, 동네 청년이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조선일보
  • 차명식·길드다 인문학 교육팀
입력 2019.07.13 03:00

차명식·길드다 인문학 교육팀
차명식·길드다 인문학 교육팀

내 손에는 학교가 아이들을 바보로 만든다며 공교육 제도를 비판하는 조너선 코졸의 '바보 만들기'가 들려 있다. 내 앞에는 그 책을 읽어온 한 무리의 중학생들이 서 있다. 녀석들은 멀뚱히 나를 쳐다보다가 묻는다. "이거, 우리가 바보라는 거예요?" 순간 나는 원망을 담아 속으로 외친다. '그걸 대놓고 물으면 어떻게 하냐!'

청소년 대상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나와 아이들의 책읽기 수업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무슨 책을 읽든, 얼마나 열심히 준비를 하든 어디서 튈지 알 수가 없었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 수업을 맡은 것부터가 우연한 권유와 별생각 없이 내린 결정의 결과였다. '시간도 남으니 그냥 한 번 해보자.' 그리고 그 안일함의 대가는 곧바로 수많은 고민거리로 돌아왔다.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할까. 책을 읽고 나면 그걸로 뭘 할까. 그전에 애들이 책은 잘 읽어올까?

'일요일 오후 2시, 동네 청년이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북드라망)에는 그 고민들에서 시작된 여정이 담겼다. 나는 준비된 커리큘럼 하나 없는 맨땅에서 어떻게든 머리를 짜내 수업을 시작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중학생들은 언제나 초보 책선생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예측할 수 없는 아이들의 말과 글, 행동 속에서 준비한 수업 내용은 어그러지기 일쑤다.

그렇게 '미리' 준비한 수업의 어그러짐은 선생인 나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던 '앎'의 어그러짐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이 1년의 수업은 결국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주려던 데서 시작해 내가 세상을 보는 눈 또한 변화하는 과정이 된다. 학교, 집, 마을, 세상이라는 네 가지 테마를 일 년 사계절 동안 관통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제자이자 선생이 되는 이야기. 바로 그것이 이 책을 통해 내가 전하고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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